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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러시아 보복과 북한 도발의 이중주…북방이 불안하다

등록 2024-01-24 19:0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앞줄 왼쪽)이 지난해 9월13일(현지시각)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박종수 | 전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

새해부터 북방이 분주하다. 러시아와 북한이 유독 그렇다. 지난해 9월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후 양국 관계가 긴밀하고 긴박하게 돌아간다. 북한제 무기를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과 열차가 러시아로 향한다. 라브로프 외무장관,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 코제먀코 연해주지사가 잇따라 방북하고 새해 벽두에 최선희 외상이 답방했다. 군사분계선 이북이 부산하면 이남은 불안하다. 북러 간 협력을 반기던 불과 몇 년 전과는 격세지감이다.

푸틴 대통령이 최 외상을 접견한 것 또한 이례적이다. 북러관계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주목하는 것은 푸틴의 방북이 무게감 있게 준비되는 낌새다. 2000년 7월 첫 방북 때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지금은 정반대다. 한러 및 남북 관계가 최악이고, 게다가 전쟁 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스라엘-하마스, 이스라엘-예멘 후티 반군, 이란-파키스탄 전쟁으로 확전하고 있다. 대만도 친미정권이 재집권함으로써 양안 간 긴장이 고조하고, 한반도에서도 전쟁 위기설이 회자한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줄곧 러시아를 적성국으로 대했다. 유엔의 대러 비난성명·경제제재와 우크라이나 군수 지원에 앞장섰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12월에는 대러 수출 통제품목을 682개 추가해 1159개로 확대했다. 그것도 불과 열흘 전 주러대사 신임장 제정 때 푸틴이 “한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한 직후다. 러시아 정부는 즉각 “비대칭적 보복, 한국은 놀라지 말라”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최 외상의 방러 시기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러시아 장거리 전략폭격기 투폴레프 2대가 동해 상공에서 7시간이나 비행했다. 이에 앞서 김정은은 한국을 ‘제1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명시하는 헌법 개정 의지를 밝혔다. 미국 학자들과 영국 국방장관이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한반도 상황이 6·25전쟁 직전만큼이나 위험하다고 평가한다. 반면 신원식 국방장관은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면서 더 큰소리로 ‘즉강끝’(즉시·강력히·끝까지)을 외친다. 전시작전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러시아는 2000년 푸틴 집권 이후 대 남북한 균형외교를 견지해 왔다. 북한과는 전통 우방으로서 정서적·군사적 유대를 강화하고, 남한과는 경협 파트너로서 긴밀히 협력해 왔다. 지난해 3월 발표한 ‘대외정책 개념’ 문서에서는 남북한에 대한 언급이 일체 없었다. 전시상황에서 한국의 태도를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난해 말 한국 정부의 대러 수출통제품목 확대는 러시아로서는 인내의 마지노선을 넘은 셈이다.

대한민국은 해륙국·분단국·통상국이다. 세계에서 주도적 영향력을 가진 나라가 없는 지제로(G0)시대로 접어들면서 실리외교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지정학적·지전략적·지경학적 관점에서 당연히 국익이 우선이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윤석열 정부는 가치외교만을 외치고 있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연대만을 고집함으로써 30여년 공들여 쌓아온 북방외교의 성과를 가차 없이 내팽개쳤다. 민감한 시기에 러시아와 북한을 결속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국내 한 일간지 새해 기고문에서 “한국은 장기적 안보를 미국의 지배력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장기적 안보는 미국 패권이라는 낡고 잘못된 생각이 아니라 역내 협력에 달려있다”고 조언했다. 정문일침이다. 러시아 보복과 북한 도발이 이중주를 이룰 때, 그 재앙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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