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의 목적 중 하나가 실체적 진실주의이다. 이는 형사소송을 통해 범죄 사실을 ‘발견’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는 형사소송 절차에서 범죄 사실을 확정하고 그에 따른 ‘적정한’ 형벌을 과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의 인지능력상 실체적 진실을 ‘발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적절한 ‘증거’를 통해 사실을 ‘재구성’해 보는 것이다. 범죄 사실에 대한 올바른 ‘인정’은 합리적 형사절차 속에서 가능하다. 국가는 합리적 형사절차 속에서 보다 적절하게 구성된-증거에 의해 뒷받침되는-사실관계를 잠정적으로 진실로 보고 형벌을 과한다. 따라서 판결은 명확한 ‘논증’을 통해 피고인이나 일반인을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일반인들은 수많은 반론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이들이 진짜 전문가인지는 모른다-의 의견이라는 점과 국가가 설마 온 세계를 향해 거짓말을 하겠느냐는 점을 유력한 근거로 해 조사단의 결과를 사실로 추정해 주는 분위기다. 베이컨의 우상론의 말을 빌리면 전형적인 ‘극장의 우상’이다. 우상은 진실의 ‘인식’을 방해한다.
김용옥 박사는 한 강연에서 천안함 사태에 대해 0.001%도 ‘설득’이 안 된다고 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조사단에 의해 구성된 천안함 사건이 전혀 논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제기되고 있는 수많은 반론들을 참고-. 참여연대 등 많은 사람들이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교정책과 나라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천안함 사건은 형사소송과 같이 명확한 진실 발견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가 기밀주의는 국가의 중요 결정에 오판을 부를 수 있다. 형사소송에 합리적 절차가 요구되듯이 이번 천안함 사건 조사에도 합리적 절차가 필요하다.
정부는 참여연대 마녀사냥이나 국격을 모독한다고 인신공격을 할 것이 아니라 천안함 진상 조사에 대해 지금이라도 합리적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형사소송에서 탄핵주의를 취했듯이 정부가 스스로를 탄핵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국회는 국회가 행사할 수 있는 모든 권한(예를 들어 국정조사, 대정부질문 등)을 사용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박형진 인천 남동구 논현동
이슈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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