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지자체 내 역사·문화·체육 시설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이 활성화된다면
주5일제 수업 정착과 경기 활성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바탕으로 프로그램이 활성화된다면
주5일제 수업 정착과 경기 활성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주5일제 수업이 전면 실시되어 네번째 주말이 지나갔다. 언론은 앞다퉈 주5일제 수업 실시에 따른 학교와 학생 생활의 변화, 효과성을 심층보도하고 있다. 학교 토요프로그램의 학생 참여율은 첫 주 8.8%, 둘째 주 13.4%로 나타났다. 안타까운 것은 학교 프로그램 참여율, 사교육 증가 등 부작용에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주5일제 수업의 효과성과 방향성은 상대적으로 묻히고 있다는 점이다. 캠핑·낚시와 같은 여가용품 판매가 늘고 스포츠용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학교가 주말에 쉴 수 없는 저소득층 및 한부모 가정, 사건·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돌보고 교육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와 학교가 이 모든 과제를 홀로 짊어지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학교에 따라 토요프로그램 참여 학생이 한두명에 그친 경우도 있고, 질 높고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첫걸음을 뗀 주5일제 수업이 시행 초기에 나타나는 일부 부작용과 어려움은 있을 수 있다. 이제 비판보다는 선생님과 제자가 함께하는 ‘사제동행’(師弟同行)과 더불어 대안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난해 교총이 전국 초·중·고 학생 2442명을 대상으로 ‘토요일에 학교를 가지 않는다면 가장 하고 싶은 활동’을 물었더니 학생들은 ‘휴식’(35.3%), ‘가족과 여가’(29.6%)를 가장 선호했다. 학업 스트레스를 잠시 내려놓고, 휴식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 토요일을 보냈으면 하는 학생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특이한 사실은 응답 학생의 18.2%가 ‘집에서 혼자서 공부하고 싶다’고 답변해, 학생들이 쉬면서도 부족한 공부를 스스로 하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5일제 수업 도입의 취지가 학교를 가지 않고 다양한 체험과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기르고 가족 간의 유대감을 높이는 데 있는 만큼, 이제 이런 좋은 취지가 확산되도록 학교는 물론 가정, 지자체, 문화체육관광부 및 행정안전부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
주5일제 수업의 과제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는 토요프로그램 참여율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내실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맞벌이 부부 자녀 및 취약계층 학생들의 돌봄과 교육을 위한 학교의 인력, 재정, 프로그램 등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학생 참여율만 높이라고 하면, 단지 학생들이 나와 텔레비전 시청이나 영화 감상으로 시간을 보내 ‘무늬만 주5일 수업’으로 전락하고 만다. 따라서 내실 있는 토요프로그램을 학교 실정에 맞게 학생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 가정과 부모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학교나 학원, 도서관 등 밖에 있으면 막연히 ‘공부하고 있겠지’ 생각하는 반면, 집에 있으면 불안해하거나 단지 노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매일 학교·학원·집을 숨가쁘게 오가는 사랑하는 자녀가 운동도 하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게 할 필요도 있다. 시범실시 학교 실태조사 결과 학생·학부모가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은 바로 스포츠 활동이었다. 주말에는 잠시 학업을 멈추고 스포츠 활동이나 다양한 체험을 권장하는 가정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끝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지자체와 문화부 등 유관기관의 협력이다. 학교 내의 토요프로그램은 예산과 공간상 한계가 따른다. 지자체 내의 많은 역사·문화·체육·레크리에이션 시설을 바탕으로 가정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된다면, 주5일제 수업의 안정적 정착, 지역 관광 및 경기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많은 지자체가 학교와 연계된 유익한 토요프로그램을 운영중이지만 아직 프로그램의 양과 질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다. 학교현장은 가정·학교·지자체가 융합되는 주말프로그램 활성화에 지자체가 적극 나서주길 기대하고 있다. 주5일제 수업이 아름다운 사제동행, 가족이 함께 여가활동을 즐기는 시간이 됨은 물론,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난 전인교육의 시작이 될 수 있도록 가정·학교·지자체가 모두 힘을 모을 것을 간곡히 제안한다.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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