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취임 이후 최저인 20%대 후반으로 보도되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도가 여당보다 더 아래다. 그러나 청와대나 여당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야당이 반사이익을 챙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니, 민주국가에서 흔히 시행하는 양당제도가 현재 한국에선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양당제란 두 당이 서로 경쟁 상대가 될 때 그 존재 가치가 있다. 그런데 정부·여당이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아무리 불법을 범해도, 야당이 그 대체세력으로서 역할을 못 한다면 야당의 존재 의미는 실제 없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공산국가의 일당제와 무엇이 다른가. 현 야당은 21세기 대한민국 역사에 큰 죄를 짓고 있다.
요즘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국대회를 열고 있다. 대표 후보들이 “이기는 야당”, “강한 야당”을 강조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비정상으로 가고 있는 이 나라를 위해 부디 야당다운 야당, 이기는 야당으로서, 이번에 거듭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렇다면 그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국민들이 야당에 지지를 안 보내는 이유부터 살펴보자. ‘지역색’이 음으로 양으로 많이 작용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무능함’의 이미지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요즘은 “새누리당의 2중대”란 평까지 나왔지만, 시쳇말로 여당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것 같다. 그런데 무능하다는 인상은 실제 정책 수행 능력의 열등함에서 나왔다기보다, 평소 여당과 벌어지는 여러 경쟁과 싸움에서 늘 밀리고 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여당의 한결같은 정면돌파식, 막무가내식, 때론 ‘배째라’식 전술에 늘 당하거나 적당히 타협하거나 지고 말기 때문이다.
사실 국민은 정치인들보고 싸우지 말라고 하지만, 막상 표를 찍을 땐, 사적 이익이나 지역감정이 작용하지 않는 한, 중도파의 경우 우선 싸움에서 이기는 자나 강한 자에게 눈길이 간다고 본다.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조금이라도 더 잘 보호하고, 경제를 더 잘 살릴 것으로 보이는 집단은 아무래도 약한 자보다 강한 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적으론 싸움 잘하고 무섭고 이기적인 사람이 싫지만, 식민지배나 위안부 문제 등에서 끊임없이 간악함을 보이는 일본을 상대해야 하고, 안보 위협을 심심찮게 해오는 호전적 북한을 상대해야 함을 생각하면, 약한 자에게 국가를 맡기기엔 불안하다. “세상에서 악보다 더 나쁜 것은 연약함”이라고 나치에 희생된 독일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가 일찍이 갈파한 바 있다. 약한 자는 국가경영을 맡을 자격이 없다.
그러므로 무능의 이미지를 씻어내고 실제 강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평소 여당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정책 연구를 여당 이상으로 하고, 때론 그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여당이 왜 40%대 지지율을 받는지 연구 분석해야 한다. 이를 전담하는 기구를 당내에 둬야 하고, 가끔은 외부 전문기관에도 물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청와대 파견검사 임명에서 보듯 얼마나 많은 거짓 공약을 했는가. 더 큰 문제는 이런 사실을 야당이나 언론이 크게 지속적으로 문제화해 국민 뇌리에 박히도록 해 선거에 반영되도록 해야 하는데, 그냥 몇 번 떠들다가 마니까, 재미를 보고 자꾸 악용하는 것이다. 저들은 합법적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탄핵했고, 천인공노할 국가기관 불법 동원으로 대선도 치르지 않았나. 아니 총칼로 쿠데타까지 하지 않았나. 이기기 위해선, 권력을 위해선 못할 일이 없는 사람들임을 철저히 깨닫고, 그에 잘 대처할 능력이 있는 사람, 야당을 실제 이기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이번에 당 대표가 돼야 한다.
윤용식 한국방송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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