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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조직문화에 복수하는 방법 / 김홍배

등록 2015-02-09 18:38

‘땅콩 회항’으로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사건 당사자의 동생은 자신의 부서 직원들에게 보내는 반성문에서 이번 일이 잘못된 조직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조직문화는 한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잘못된 조직문화는 모든 임직원의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잘못된 조직문화 때문에 한 사람이 희생양으로 벌받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과연 조직문화는 임직원 모두의 것일까요?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교수였던 데이비드 매클렐런드 에 따르면 리더의 행동이 조직풍토에 미치는 영향은 50~70%라고 합니다. 조직풍토는 구성원들이 조직에서 느끼고, 관찰할 수 있는 조직문화의 표피층입니다. 조직풍토를 통해 구성원들은 조직이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행동을 요구하는지, 즉 조직문화를 배우게 됩니다. 조직문화의 권위자이며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교수인 에드거 샤인은 그의 유명한 저서인 <조직문화와 리더십>에서 “결국 우리가 조직문화라고 부르는 시스템은 대부분 설립자나 리더가 조직에 요구했던 것들의 결과가 굳어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조직문화가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설립자나 리더의 의도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샤인은 조직문화에서 리더의 역할에 주목했습니다.

조직문화 전문가들을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조직문화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리더다.’ 그러므로 잘못된 조직문화에 대해 임직원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조직문화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리더이기 때문에 조직문화에 대한 최종 책임도 리더가 져야 합니다. ‘둘째, 조직문화는 변화하기 때문에 리더가 제대로 역할을 하면 좋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인사컨설팅 회사 헤이(Hay)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직문화가 조직 성과(매출, 이익, 기업가치, 직원 만족도 등)에 차지하는 비중이 35%나 된다고 합니다. 나머지 65%는 마케팅, 특허기술, 관련법규, 경제상황 등 기업에서 사업 성공을 위해 흔히 투자하는 분야들입니다. 리더들은 마케팅, 특허기술, 관련법규 개선 등을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하지만 조직문화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대부분 리더들은 조직문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면 훌륭하지만 바빠서 못 챙겨도 그만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조직문화는 기업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사건 당사자의 동생은 언니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에서 “복수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부디 사람에게 복수하지 말고 조직문화에 복수하기 바랍니다. 조직문화에 복수하려면 우선 오너인 동시에 리더인 본인 가족들이 조직문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었는지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어떤 행동들이 조직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 이런 결과를 낳았는지 반성해 봐야 합니다. 개선점이 발견되면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자고 약속하고 꾸준히 솔선수범하면 됩니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겁니다. 왜냐면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데는 최소 3~4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조직구성원들이 무의식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믿음, 가치가 조직문화의 핵심을 구성합니다. 그런데 무의식에 깊이 자리잡은 믿음과 가치를 바꾸려면 새로운 믿음과 가치를 심어줄 사건들이 수없이 반복되어야 합니다. 리더가 인내심을 가지고 새로운 믿음과 가치를 형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김홍배 조직개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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