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에 떡을 쥘 수는 없다. 현대인은 늘 선택의 기로에서 번민한다. 하다못해 식사 메뉴를 결정하는 것처럼 비교적 단순한 선택도 쉽게 정하지 못하는 ‘선택 장애 증후군’ 환자들이 늘고 있다.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그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새 대표가 된 문재인 당대표의 행보를 보자. 취임 이후 첫 일정으로 전직 대통령 묘소 참배를 선택함으로써 그가 포기해야 했던 기회비용이 있다. 보수층 결집이라는 편익을 얻은 대신에 범민주세력과 당내의 반발을 감수해야 했던 것이다. 과연 기회비용보다 효용이 큰 결정이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날 일이지만.
무수한 선택들 가운데 어렵고도 중요한 것이 정치적 선택이다. 식사 메뉴를 잘못 고르면 한 끼 맛없는 밥을 먹고 일행의 밥투정을 좀 들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정치적 의사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파장이 상당하다. 정치인은 국민을 대신해 중요한 선택을 내리라고 국민이 ‘선택’해놓은 대리자들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밥투정’을 듣기 싫은 정치인들에게서 선택 장애 증후군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와 같은 환상이 그 징후다.
복지 확대에는 재원이 필요하고 국가의 재원은 세금에서 나온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지지율이라는 기회비용이 두려워 “증세를 증세라 부르지 못하는” 편법 증세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기어이 증세 없는 복지 확대는 불가능하다는 상식적 제언이 나왔음에도 대통령은 “국민 배신”을 운운하며 대안 없는 불가론만을 고수하고 있다. 경제 상식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면 선택 장애 증후군 환자임이 틀림없다. 누가 우리 각하께 경제학 원론 좀 가져다주세요. 선택하기 쉽게 한 권만.
박솔희 여행작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