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 밥값도 카드결제를 하고 세금도 카드로 내는 세상이다. 그런데 아직도 대학 입학금과 등록금의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대학들이 있다. 내 자녀가 등록해야 할 대학은 재학생은 카드결제가 되는데 신입생은 안 받는다고 한다. 이유를 묻자 환불이 잦은데 문제가 복잡하다고 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현금을 환불해 주려면 통장을 확인하는 등 더 복잡할 것 같기 때문이다. 카드는 그냥 매출 취소만 하면 되지 않는가. 설사 그렇더라도 그것이 카드결제를 거부할 합당한 이유는 되지 않는다.
참고로 재학생은 어느 카드사가 되느냐고 물었더니 딱 두 군데만 된다고 한다. 어이없는 일이다. 구멍가게도 거의 모든 카드사가 결제되는데 말이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카드결제 거부 신고를 하려고 했더니 여신금융협회에 하라고 써있다. 협회에서는 해당 카드사에 연락한 뒤 결과 통보에 3주 이상 걸린다고 한다. 국세청에 직접 하려고 했더니 실명인증 절차 등을 거치는데, 몇 차례 헛고생만 했다. 결국 전화해서 접수했으나 이것 역시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고 한다.
대학들이 수수료나 번거로움을 핑계로 카드결제를 안 받는 건 한마디로 ‘갑질’이다. 그런 서비스를 하지 않아도 입학할 학생은 입학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진짜 문제는 당국이다. 해당 대학에 항의했더니 나름 이유 있는(?) 답변을 한다. 교육부에서 카드결제와 분할납부에 대한 협조공문이 왔는데 신입생은 예외로 했다는 것이다. 국세청도 대학은 예외로 인정했다고 한다. 해당 대학의 담당자 말이므로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닌 것도 같다. 서민들이 갑자기 500만원이 넘는 현금을 동원하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카드결제나 분납 등이 조금 숨통을 틔워주는 길이다. 국세청과 교육부는 국민 편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 바란다.
이광구 인천시 강화군 양사면 철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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