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가 13년째 초저출산국가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출생아 수가 꾸준히 감소하는 것과 더불어 필자가 진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또 다른 현상은 미숙아와 저체중 출생아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5㎏ 미만의 미숙아 및 저체중 출생아는 20년 전에 비해 꾸준히 증가해 그 수가 2배가량 늘었다.
그러나 미숙아와 저체중 출생아의 따라잡기 성장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부모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부모가 쉽게 간과하는 부분은 저체중아로 태어나 2~3살 때까지 따라잡기 성장이 안 된 아이의 경우, 어른이 돼서도 키가 심하게 작은 저신장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출생 후 대개 첫 1개월부터 2~3살까지 활발하게 나타나는 따라잡기 성장은 저체중 출생아의 80~85%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10~15%의 아이들은 4살이 지날 때까지도 따라잡기 성장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저신장으로 남게 된다. 소아내분비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성장호르몬 등의 전문적 치료가 병행돼야 하지만 병원을 내원해 성장호르몬 치료를 고려하는 부모는 5% 안팎에 불과하다.
따라잡기 성장이 안 된 저체중 출생아는 출생 이후 부모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전문적 치료시기를 놓치면 키 성장 문제뿐 아니라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대사증후군과 같은 건강상의 문제가 성인이 됐을 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숙아와 저체중 출생아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미약하다. 실제 대한신생아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숙아로 태어난 신생아 자녀의 의료비 충당에 대해 금전적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10가정 중 6가정에 달한다. 그나마 정부의 지원도 대부분 출생 후 첫 신생아 집중치료실 입원 비용에만 한정되어 있다. 저체중 출생아 및 미숙아에 대한 부모와 정부의 관심은 출생 바로 전후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꾸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근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자궁 내 성장지연에 의한 저신장에도 성장호르몬 치료에 대한 보험 급여가 인정돼 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완화된 것이다.
채현욱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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