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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서대구 달성습지에 고속도로가 웬말인가요 / 정수근

등록 2015-02-25 18:50

한국도로공사 김학송 사장님, 설은 잘 쇠셨는지요? 고향 진해까지는 고속도로를 이용하시지요? 이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도로 건설을 하려니 어려움이 많으시겠습니다. 그래도 귀 공사의 노고 덕분에 도로 사정도 많이 좋아졌고, 시민들은 짧은 시간에 고향에 다녀올 수 있게 됐습니다. 참 감사할 일이지요.

그래서인가요. 이제 한국의 도로도 닦일 만큼 닦였다고 많이들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는 도로공사의 ‘경영이념’에서도 엿볼 수가 있었습니다. ‘빠르고 안전한 길’에 ‘환경’까지 함께 고려한 ‘아름다운 길’을 추구하는 모습에서 말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국도로공사의 대구4차순환도로 공사 참여에 대해 한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사장님은 국내 최장 하천인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어놓은 천혜의 자연습지이자 이 나라 최대 내륙습지 중 하나인 달성습지에 가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서대구 달성습지는 인근 성서공단의 조성과 4대강 사업의 영향으로 그 원형의 아름다움이 일부 훼손되긴 했지만 지금도 그 면적이 8㎢에 이르는 광활하고 아름다운 습지입니다. 그런데 원형을 회복시켜 가도 부족할 판에 달성습지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바로 12.9㎞에 이르는 대구4차순환선 성서~지천 고속도로 사업 때문입니다. 달성습지 옆으로 이미 잘 닦여 있는 기존의 강변도로 안쪽으로 또 새로운 고속도로를 놓자는 겁니다. 총 65㎞에 이르는 대구4차순환도로의 일부 구간인 성서~지천 도로가 고속도로사업으로 편입되면서 그것이 서대구 달성습지를 잠식하려 합니다.

그런데 이미 몇 해 전 완공된 대구4차순환도로의 기 완공구간의 이용률은 현재 예상치의 50%도 넘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뻥튀기 교통수요 예측으로 시작된, 불필요한 도로사업이었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증명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하려는 사업도 뻔히 적자가 예상됩니다. 그렇잖아도 적자 고속도로 때문에 고민이 깊다고 알고 있는 한국도로공사가 왜 이런 부담을 지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설상가상, 이 도로는 대구의 중요한 생태축인 앞산을 동서로 완전히 관통하고, 이번에는 달성습지마저 내놓으라 합니다.

두 큰 강이 만나 빚은 달성습지는 얕은 강물과 드넓은 모래톱이 아름다웠던 곳으로 야생 동식물들의 산란 및 서식처 구실을 하는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입니다. 도심 바로 부근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그러기에 환경부에서는 이곳에 자연경관 1등급지역, 대구시는 야생동물식물보호구역, 습지보호지역이라는 표식을 달아 보호하고 있습니다. 무려 3관왕입니다. 3관왕 달성습지에 웬 고속도로란 말입니까?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내뿜는 빛과 소음은 야생동물에겐 흉기나 다를 바 없습니다. 대구시도 ‘탐방나루조성사업’이란 이름의 복원사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도로공사는 반대 방향으로 가려 합니다.

지금 달성습지에 정말 필요한 것은 탁상머리 행정이 기계적으로 그어놓은 고속도로 노선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나서 달성습지를 보존해나가는 일입니다. 달성습지는 이미 세계습지 목록에도 오른 바 있는 만큼 국가습지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관리해나간다면 세계적인 자연유산이 될 수 있고, 그로 인한 부가가치는 순천만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곳에 고속도로라니요. 대구4차순환도로 성서~지천 고속도로 계획은 지금이라도 반드시 철회돼야 합니다. 김학송 사장님의 ‘아름다운 결단’을 기대해봅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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