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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박근혜 대통령이 꼭 읽어야 할 책 ‘증언’ / 이정남

등록 2015-03-04 19:31수정 2015-03-05 00:22

장고 끝에 박근혜 대통령이 비서실장 인선을 마무리지었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바둑 격언이 떠올랐다. 국가정보원장에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병기 원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국정원이라는 막중한 부서의 업무 파악을 채 하기도 전에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이동한 것도 문제지만 국정원 현직 원장을 비서실장으로, 현직 원내대표를 국무총리로 임명한 것을 보면서 청와대로 모든 권력을 집중하려는 정치적 함의를 읽을 수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최근 발간된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이명박 정권)의 <증언-외교를 통해 본 김대중 대통령>(비전과 리더십)을 읽으면서 이 책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더 이상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지 않고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국민의 마음으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정치인이 아닌 정통 외교 관리인 김하중씨가 매우 객관적인 시각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관찰한 기록이다. 특히 지금의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최고 권력에게 경종이 될 만한 많은 객관적 기록으로 가득 차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초대 비서실장으로 그와 정치적 노선이 다르고, 지역적 기반이 달랐던 김중권 노태우 정권 정무수석을 임명했다. 김중권씨 자신이 두 번이나 고사했던 것을 삼고초려 끝에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경북 울진 출신의 김 실장은 동서화합을 위해 적임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박근혜 정부는 어떤 인사를 했는가? 5대 권력 기관장을 대부분 영남에 치우친 인사를 하고서도 정보기관 최고 책임자이자 자신의 최측근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 문제가 되었던 이른바 ‘문고리 권력’에 대해서도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무원으로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던 김하중 외무부 장관 특보를 삼고초려 끝에 의전비서관으로 임명하고 오랜 야당 지도자로서 두터운 사적 친분을 대통령 스스로 제어하기 위해서 부속실이 아닌 의전실을 통해서만 면담 신청을 하도록 일원화했다.(<증언> 76~77쪽)

15년 전 역사를 생각했던 전직 대통령의 혜안을 읽으면서 지금의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역사가 이렇게 후퇴해도 되는 것인가? 앞으로 3년이나 남은 박근혜 정권의 몰락은 중요한 시기에 대한민국에 돌이킬 수 없는 위해가 되는 것이기에 이 나라의 영속성을 염원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꼭 박근혜 대통령이 이 책을 읽고 국정 운영을 정상화해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마지막으로 반대를 할 줄 아는 진정한 충정을 가진 인사를 박근혜 대통령이 등용시키길 바라는 마음에서 김하중 의전비서관과 김대중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한다.

어느 외국 인사와의 만남을 원했던 김대중 대통령에게 의전비서관이었던 김하중씨는 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두 번이나 반대를 했다. 이에 대해서 김대중 대통령은 그의 의견을 존중했지만 마음속에 미련이 남아 있어 임동원 외교안보수석비서관에게 이것이 맞는 것인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서 정중하게 임 수석에게 전화를 받은 김하중 의전비서관은 대통령의 의중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사과를 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누가 나한테 와서 내가 지시한 것을 몇번이나 반대하겠어요? (중략) 내가 부탁을 하겠는데, 앞으로도 무슨 일이 있으면 꼭 그렇게 해줘요. 아니면 아니라고,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고, 그래야 내가 알 거 아니에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더라도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알고 하는 게 중요하니까, 말하기 좀 어렵더라도 꼭 이야기해 주기 바라오.”(<증언> 114쪽)

이정남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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