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 티브이가 방영한 4살 유아의 사생활이란 프로그램에서 본 교사와 아이의 상호작용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또래보다 몸집이 큰 한 남자아이가 갑자기 친구에게 달려들어 초콜릿을 순식간에 빼앗아 먹는다. 교사는 이 아이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 “이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낮은 소리로 그러나 분명하게 묻는다. 놀라고 두려운 표정이 된 아이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친구 초콜릿을 빼앗아 먹었고”,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말한다. 교사는 이 남아와 단둘이서만 대화하였다.
예기치 않게 발생한 갈등 상황에서 교사는 아이들이 서로 억지로 화해하도록 강요하지 않았다. 초콜릿을 ‘혼자만 먹고 싶다’고 말하는 유아에게 ‘욕심쟁이’라고 섣부른 별명을 붙이지 않았으며 ‘나누어 먹어야 착한 아이’라고 회유하거나 ‘친구 것이니 먹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는 식으로 갈등에 끼어들어 성급하게 해결책을 내놓지도 않았다. 학대로 간주할 수 있는 벌도 주지 않았다. 교사는 유아들이 스스로 갈등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존중하고 인정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보육교사 역시 유아의 생각과 감정을 들어주고 갈등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발달하도록 돕는 교사이다. 대부분의 보육교사는 앞선 영국 교사처럼 유아의 생각을 존중하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도록 도울 것이다.
올해 초 발생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현행 보육교사 자격취득 제도의 한계를 드러내었다. 지난 1월 보육교사 자격 국가시험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아동학대 근절 대책’이 발표되었다. 이 대책에 따르면 보육관련 학과 중심의 자격취득 제도의 도입은 장기적으로 검토된다. 보육교사 자격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이 어렵다는 여건을 고려하더라도 정부 대책은 아쉬움이 있다.
국가고시 제도 도입은 우수한 보육인력의 확보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만일 보육 관련 전공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보육교사를 희망하는 모든 사람이 국가고시에 응시해야 한다면 굳이 2년 내지 4년제 보육 관련 학과 전공의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될 수 있다. 법률이 정하는 최소 자격기준만 충족하고 국가고시를 치르려 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고시 제도 도입이 우수한 학생들의 보육 관련 학과 진학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형평성의 문제도 있다. 흔히 보육교사 자격취득 요건을 유치원 교사나 사회복지사와 비교하는데 이 두 자격 모두 관련 학과 전공자에게는 기본 자격이 부여된다. 이를테면 사회복지사 2급, 유치원교사 2급 자격이다.
세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아쉬움은 국가시험제도의 효용성이다. 국가고시 제도는 이번 사건을 통해 불거진 온라인 교육 이수자의 보육교사 자격취득 문제에 대한 해법이 되기 어렵다. 영유아를 돌보고 가르쳐야 하는 보육교사는 아동이 배우고 경험하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온라인 교육은 이러한 역량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오프라인 교육시간의 확대나 실습기간의 연장, 보육교사 등급 조절 등과 같은 해결 방안이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또 보육교사 양성기관이 국가고시 준비 기관으로 전락하면서, 교육의 질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보육교사의 자격은 영유아의 생존 문제와 관련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보육교사 자격 논란은 영유아의 필요와 요구, 그리고 안전과 행복에 초점을 두고 논의되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 이행을 약속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기본 원칙이다. 미처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이 보육교사 자격을 취득하여 아동학대 가해자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교수, 한국아동권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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