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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장사시설 유치’ 화성시민 마음을 믿어주세요 / 채인석

등록 2015-03-23 19:01수정 2015-03-23 21:09

일본 도쿄에 위치한 다치가와 화장장은 3개 시가 같이 이용하는 공동화장시설이다. 그런데 이 화장장이 위치한 곳이 흥미롭다. 불과 차 한대 지나다닐 수 있는 도로 하나를 두고 주택가가 밀집해 있다. 가까이에 중학교, 대학교 등도 위치해 있다. 화장시설을 생활 속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얼마 전 화성시는 경기도 주관으로 수원시와 함께 장사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준비했다. 그러나 이 설명회는 시작하기도 전에 수원시 서부지역 일부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됐다.

장사시설을 유치하기로 결정한 화성시 매송면 숙곡리 주민들과 55만 화성시민들은 이러한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2013년 기준 전국 화장률은 76.9%, 경기도 화장률은 82.5%로 10명 중 8명이 화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 1300만명이 거주하는 경기도에는 화장장이 3곳에 불과하다. 지난 10여년간 경기도뿐만 아니라 수많은 지자체에서 화장시설 건립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화장장은 ‘필요한 건 알아, 그래도 우리 동네는 안 돼’라는 님비(Not in my backyard)의 대표시설인데, 놀랍게도 숙곡1리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후보지를 신청하고, 경쟁을 거쳐 부천, 안산, 시흥, 광명시와 공동으로 사용할 장사시설 설치를 2013년 11월 결정지었다. 그런데 직선거리로 무려 2.2㎞나 떨어진 수원시 일부 주민들과 정치인이 화장시설에서 배출되는 각종 유해물질과 집값 등을 문제 삼아 건립 반대를 외치고 나섰다.

숙곡리 주민들과 화성시민들은 무릎이 꺾인 것처럼 참담했다. ‘우리 동네는 안 돼’를 넘어 ‘내 주변도 안 돼’라니….

산을 두 개나 넘어야 되는 지역에서 암에 걸리고 집값이 떨어진다는 그들의 주장은, 장사시설을 짓겠다는 숙곡1리 주민들에게 단순한 이기주의를 넘어 언어적, 정신적 폭력으로까지 느껴질 일이다.

현재 수원시에서 운영 중인 화장시설은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수원 연화장, 서울추모공원 등은 택지지구와 채 1㎞도 떨어져 있지 않다. 15년이나 운영하고 있는 수원 연화장으로 인한 건강 피해와 지가 하락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지척의 광교와 수지지역은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광교는 집값이 쑥쑥 뛰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화장시설이 환경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객관적 데이터와 주관적 경험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 중인 화장시설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평균 20~50ppm으로 화장시설 배출 기준치인 80ppm에 못 미치는 수치이고, 다이옥신 역시 0.008ng-TEQ/S㎥에서 0.503ng-TEQ/S㎥로 허용기준치인 5ng-TEQ/S㎥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하물며 15년 전보다 더욱 강화된 화장로 환경기준에 넉넉히 부합하고 첨단기술로 설치될 화장장이야 말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

더욱이 화성시 공동형종합장사시설은 부지면적 36만3159㎡ 중 건축연면적은 1만3858㎡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공원, 산책로, 주민휴식공간 등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쇼팽과 알퐁스 도데, 에디트 피아프가 영면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의 페르 라셰즈와 같이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찾는 화성답고 화성스러운 문화특구로 만들어낼 것이다.

산 넘어 보이지 않을지라도 혹여 나쁜 공기가 넘어올 것을 걱정하는 이웃 도시민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장사시설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화성시민들의 판단과 시민의식을 믿고 마음을 조금만 열어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 걱정과 우려를 덜어드릴 수 있도록 엄격한 기준으로 감시하고 철저히 관리할 것을 약속드린다.

채인석 화성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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