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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교육부가 하면 항상 정당한가? / 박찬석

등록 2015-03-30 19:16수정 2015-03-30 19:16

대학은 교육하고 학문하는 곳이다. 학문의 기본은 자유이다. 대학의 학문과 교육이 자유로워야 진리가 나온다. 대학을 억압하면 그 사회는 발전하지 못한다. 사회주의 국가 대학이 세계 명문 대학의 서열에 서지 못하는 이유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선진사회 유럽은 대학의 자유만은 보장한다. 심지어 ‘자유대학’이라는 것이 있다. 암스테르담자유대학(Vrije Universiteit Amsterdam), 베를린자유대학(Freie Universitat Berlin)이다. 자유대학이 무엇인가? 19세기 말 유럽은 좋은 국가를 만들겠다는 사상이 대학의 지성에서 일어났다. 권력자는 대학 지식인의 충고가 싫었다. 권력은 대학을 탄압하고 제재를 가했다. 국가권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진정한 학문의 자유를 구가하는, 국가권력의 간섭을 받지 않는 대학이 이름하여 ‘자유대학’이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대학을 보장하는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이고 선진 국가이다. 대학 총장을 정부의 의도대로 임명하려는 태도는 대학을 통제하는 행위이다. 군사 독재 시절, 대학은 탄압의 대상이었다. 대학이 정부의 탄압을 벗어나고자 한 자유운동의 결과가 대학 총장 직선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22조에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시대는 변했다. 국립대학 총장 선거를 하면 안 된다고 해서 총장추천위원회 제도를 받아들였다. 경북대학교는 두번의 추천위원회를 거쳐 총장 후보를 교육부에 보고했다. 교육부는 일언지하에 ‘안 돼’ 하고 반송하고 재추천하라고 했다. 소문은 해괴망측하다. 경북대 총장 후보 추천을 거부한 것은 잘못된 행정조처이다. 교육부는 총장 후보를 인준하지 않고 인사위원회에서 거부했다. 이유를 밝히지도 않고 있다. 교육부 행정조처는 잘못됐다고 언론은 수없이 질타했다. 법원의 판결도 잘못됐다고 했다. 국회 교문위의 대정부 질문에서 교육부 장관은 ‘대법원의 판결을 따르겠다’고 했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부총리인 교육부 장관이 산하기관인 국립대 총장 임명의 문제를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할 만큼 판단이 잘 안되는 묘한 사안인가? 교육부가 하면 항상 정당한가. 교육부는 잘못하는 결정은 없는가. 잘못을 인정하고 순리대로 인준하면 작은 상처로 아문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을 받아 인준하면 그 법적 책임도 같이 물어야 할 일이다.

교육부는 다시 추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대학에서는 재추천할 형편이 못 된다. 지난번 추천 과정이나 두명의 후보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교육부도 인정한다. 대학에서는 상부기관이 ‘무엇이 하자인지’ 지적해야 비위에 맞는 인사를 추천할 것이 아닌가 한다. 구체적으로 특정 인사를 지명하지 않는 한 대학에서는 재추천이 불가능한 일이다. 누구를 어떻게 추천하란 말인가. 추천권이 대학에 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대학에서는 ‘누구를 뽑으란 말인가?’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립체육대학 총장 후보는 3번이나 뽑아 추천했지만, 교육부는 모두 ‘노’ 하고 전직 교육부 관리를 임명했다. 명색이 대학이다. 너무 낮잡아 보면 안 된다. 대학에서 양심의 소리가 나온다.

교육부가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자의로 경북대 총장도 임명할 수 있다. 그러면 대학의 자유는 물건너간다. 국립대 교수는 힘이 없다. 국립대학의 재정과 인사를 거머쥐고 있는 교육부의 권력으로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과 지역사회의 양심의 저항을 받을 것이고, 대한민국의 학문의 자유는 탄압받는다는 소리를 면할 길이 없다. 대학의 총장은 대학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박찬석 전 경북대 총장·교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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