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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홍용표 신임 통일부 장관께 드리는 글 / 이성원

등록 2015-04-01 19:30

지난 연말연초 이어진 일련의 남북관계 호재를 우리가 지혜롭게 잘 활용했다면 지금쯤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금강산관광도 재개되었을 것이고, 그곳 이산가족면회소에서는 흩어진 가족들이 서로 만나 회한의 정을 나누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가시지를 않는다.

남북관계의 새로운 계기가 필요한 중요한 시기에 최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새로 취임했다. 한켠에선 경력과 경험이 부족한 이가 어려운 남북관계를 제대로 관리해 나갈 수 있겠는가라는 우려와 비관적인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나는 새 통일부 장관이 자존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소임에 임하기를 바란다. 그런 바람으로 새 장관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첫째로, 통일부 장관은 절대적으로 용기가 필요한 자리다. 청와대에서 통일비서관을 지내면서 자주 느꼈겠지만 통일부 장관은 안보라는 상충되는 가치와 조화를 이루면서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 나아가 통일이라는 민족의 숙원사업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도 어쩌면 혼자 스스로 고독하게 결정해 상사인 대통령을 포함해 주위의 모든 관계자들을 설득해 나가야 하는 외로운 자리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낙석도 많고 파인 웅덩이도 곳곳에 널려 있는 산길을 앞에 두고 모두가 브레이크를 밟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은 어떻게든 산길을 넘자고 얘기를 해야 한다. 돌도 치우고 웅덩이도 메우면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야 하는 용기가 필요한 자리인 것이다.

둘째로, 북핵문제와 관련한 장관님의 태도와 노력에 관한 조언을 하고 싶다. 물론 핵문제 해결의 열쇠는 북한과 미국이 한 개씩 갖고 동시에 열쇠 구멍에 함께 넣어야 열리는 구조로 돼 있다. 하지만 통일부는 남북관계만 생각하면 되고 북한 핵문제는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미-북 간에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북핵 교착상태를 돌파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우여곡절 과정을 살펴보면 북한과 미국을 설득해 함께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도록 하는 일에 통일부 장관이 한몫을 할 때 성과가 있었다.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의 주무장관이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의 일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마지막으로,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대북제안을 먼저 주도적으로 하기를 권하고 싶다. 금강산관광은 북한을 위한 시혜적인 사업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에게 더 절실한 사업이다. 고성군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의 해소와 중국 관광객들의 금강산 투어를 통한 관광수입 증대, 우리 청소년들을 위한 통일학습장이라는 점 이외에도 남북 이산가족들이 금강산 면회소를 통해 상시적인 만남이 가능하다.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협의 때, 관광대가(입북료)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들어간다는 일부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하려면 관광대가를 현금이 아닌 북한이 원하는 생필품 등 현물로 지급하는 방안도 협의가 가능할 것이다.

‘대화를 시작하면 5·24조치 해제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류길재 전 장관의 근래 발언은 북인지 남인지 누구에게 향한 외침인지 잘 모르겠으나 2년의 장관직을 지내면서 느꼈던 아쉬움과 후회의 마음을 표현한 독백이라고 생각한다. 홍 장관은 임기를 마쳤을 때 후회 없이 자리를 떠나는 장관으로 남길 고대한다.

이성원 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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