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시작한 것이 있다. 문화수도운동이 그것이다. 한 참여자로서 이에 대해 몇 마디 한다.
본디 이 멋진 사업은 유럽대통합의 꿈을 담은 새로운 문화인식에서 나왔다. 1985년 그리스 아테네가 유럽의 첫 문화수도로 선정되었고, 2000년 새 천년은 프랑스 아비뇽이었다. 지금은 동유럽을 아울러 매년 2개 도시가 선정된다.
이 문화수도축제가 커다란 실효를 거두자 유럽 도시들은 치열한 유치경쟁 상태로 되었다. 벌써 2033년치까지 개최 도시가 정해졌다. 이에 자극받아 아랍권에서도 1996년 이집트 카이로를 시작으로 이 사업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서반구 아메리카대륙에서도 팔 걷어붙이고 나서 2000년 멕시코 메리다가 첫 문화수도였다.
늦은 것도 이른 것도 아니다. 때마침 한국의 문화수도운동이 태어났다. 그동안 조직위(이사장 김석은)는 착실하게 준비작업을 해왔고 올해 들어 몇 지역의 사업설명회도 치렀다. 머지않아 2016년, 2017년, 2018년 문화수도 선정을 발표할 것이다.
이에 대한 기초조사의 실무도 중장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의의는 앞으로 그것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그 실천방향에서 점차 드러날 것이다.
오랜 중앙집권체제의 서울 일원론을 극복함으로써 거기서 살아나는 문화보편성과 그 특색의 신장이 각 지방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이런 목표는 정부의 혁신도시 환경에다 전통과 당대 문화기획으로 달성할 수 있다. 지자체나 지역주민의 창의적인 참여도 가능하다.
새삼스럽다. 문화는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의 기본행위이다. 또한 그것은 과거의 폐허와 유산에 미래의 축복을 담보한다.
이같은 세계 각처의 문화축제와 더불어 한국의 문화수도사업을 앞두고 국내외의 호응을 내다본다. 장차 동아시아 또는 아시아 전역이 한 권속이 되는 막대한 규모의 문화공동체로 확장될 수도 있다.
우선 한국의 과감한 문화수도축제를 기대한다.
고은 시인·코리아문화수도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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