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값싼 약 처방이 어려운 이유 / 이주흥

등록 2015-04-29 19:00

올해 초 정부가 제네릭 신뢰도 증진을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는 국제 수준의 제네릭 의약품 심사체계를 구축하여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개발 및 수출을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즉, 국내 제네릭 제품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검증하는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다. 의료진 입장에서 매우 반가운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의약품에는 두 종류가 있다. 오리지널과 제네릭 의약품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최초로 개발된 의약품을 말하며, 제네릭은 오리지널과 똑같이 만든 쉽게 말하면 카피약, 복제약이라고 부르는 의약품이다.

하나의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만가지의 물질을 테스트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안전성 및 유효성을 입증한 후 여러 단계의 임상시험을 통해 실제 사람한테 사용했을 때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었는지를 검증한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이렇게 복잡하고도 다양한 검증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개발에서부터 시판까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제네릭 제품은 오리지널의 제품을 똑같이 만들거나 제형을 바꾸는 등 오리지널의 제품을 카피하기 때문에 당연히 오리지널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환자의 가격 부담도 줄고, 정부의 보험 재정 부담도 줄어들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제네릭 산업을 육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부와 관련 업계의 이러한 노력에도 의료진의 오리지널 의존도가 높아 가격이 저렴한 제네릭 의약품의 처방이 적다는 볼멘소리가 들려오곤 한다. 분명히 제네릭 제품의 효용성이 있다. 국내 제약 산업의 발전을 가져왔고, 환자들의 가격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하지만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치료제를 처방해야 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오리지널 제품은 사람에게 하는 임상 시험을 통해 효과는 물론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지만, 제네릭 제품의 경우에는 오리지널과 동등하다는 것을 증명하면 허가가 가능하다. 생동성 시험, 이화학적 동등성 시험, 비교용출 시험을 통해 동등성을 입증하면 된다. 정부는 이런 제네릭의 허가 기준을 더욱 강화하여 제네릭의 신뢰도를 쌓겠다고 한다. 이미 제네릭 산업이 발전한 미국, 유럽 등 해외 국가에서도 임상시험 등 철저한 규정을 바탕으로 제네릭의 신뢰도를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기준에 의약품 동등성을 전혀 평가하지 않고 제네릭 허가가 가능한 제형들이 아직 많다.

예를 들어, 눈에 넣는 안약과 같은 점안제나, 흔히 바르는 연고 같은 국소도포제 등의 몇 가지 제형은 오리지널 제품과 동등성을 입증하지 않고도 허가가 가능하다. 특히, 몸에 바르는 국소도포제의 경우 대부분 스테로이드제제가 많다. 아토피, 건선, 만성 습진 등은 오랜 시간 동안 치료를 요하는 질환이라 더욱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처방하는 치료제가 어떤 안전성이나 유효성이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신뢰는 거울의 유리와 같아 한 번 금이 가면 원래대로 회복하기 힘들다. 정부의 바람대로 제네릭 의약품의 신뢰 확보를 위해서는 제네릭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면밀한 허가 기준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의료진이 믿고 처방할 수 있는 더 많은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될 수 있길 바란다.

이주흥 대한피부과학회 학술이사·성균관대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