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병력이 집회장소 안에 도열하여 장소 사용을 억제하기도 하고, 경찰버스로 둘러싸 시위행진을 차단하여 특정 장소로의 접근을 막기도 한다. 2011년 헌법재판소는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둘러싸 집회시위자는 물론 일반인의 통행까지 전면 차단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선고했지만 올해 차벽이 다시 등장해 이에 저항한 사람들이 구속됐다. 일반인의 통행이 아닌 집회시위자의 행진만을 제한하는 건 위헌이 아니라는 게 검찰과 경찰의 ‘해석’이다. 그러나 미국 대법관 올리버 홈스가 제시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에 의하면 이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처다.
전통적으로 공도와 인도는 공공의 집회, 연설, 소통의 공간으로 이용됐다. ‘공공의 포럼’이라 불려온 이 장소들이 집회시위의 자유보호 면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다. 1919년 미 연방대법원 판결에서 대법관 올리버 홈스는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이지 않으며 “스피치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만들어 낼 때” 표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원칙은 1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정되고 있다.
홈스가 제시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은 1927년 판결에서 더 자세하게 명시되었다. 대법관 브랜다이스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에 ‘대답할 수 있는 시간’의 원칙을 더했다. 집회자들이 주장하는 것에 대해 토론할 시간이 있으면 이를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으로 보고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브랜다이스는 정부가 탐탁지 않은 의견을 피력하는 시민들을 처벌할 수 있다면, 이것은 자유를 억압하며 길게 보았을 때는 민주주의의 과정을 옥죌 것이라고 하였다. 1949년 대법관 윌리엄 더글러스는 “토론과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교환만이 정부를 시민의 정부로 만든다”며 “표현의 자유는 일반적인 공공의 불편, 짜증, 그리고 불안을 훨씬 뛰어넘는 심각하고 실질적인 해악을 초래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을 경우가 아닌 이상 검열과 처벌로부터 보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4년 6월 미 대법원은 ‘공공의 포럼’에서 메시지 전달과 연설이 최대한 보호돼야 한다고 했다. 낙태 반대론자와 찬성론자들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집회를 하려면 낙태를 하는 병원에서 일정 정도 떨어진 완충지대에서 가능하다는 매사추세츠주의 ‘생식 건강 관리 시설법’의 위헌 심판에서였다. 미 대법원은 “역사적으로 표현과 토론의 장소로 열려 있는 장소에서 시민들을 쫓아내지 않고도 정부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신청인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설 공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했다고 할 수 없다”며 위헌이라고 선고했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물리적으로 집회시위를 억제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반복해 강조한다.
김도현 뉴욕대 경제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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