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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역사는 반복되는가 / 송기완

등록 2015-06-01 18:59

자원외교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던 경남기업의 성완종 전 회장이 지난 4월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성 회장의 주머니에서 그가 현 정권의 실세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성완종 리스트’가 발견되면서 박근혜 정권 사상 최고의 정치 스캔들이 터졌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수사 상황을 지켜봤을 때 검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보면 검찰의 역사는 오욕의 연속이었다. 건국 초기 검찰은 대통령보다는 왕에 가까웠던 이승만의 권력에 맥없이 끌려다니기만 했다. 현직 검사가 경찰에 아무 죄 없이 즉결처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군사정권 시절에도 다르지 않았다.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이 사카린 밀수 사건을 일으켰지만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았고, 억울하게 북한에 나포되었다가 돌아온 어부들을 형사처벌하는 부조리한 행태를 보였다. 이외에도 증거를 날조하기 위해 억울한 사람을 고문하는 등 이들이 군사정권 시기에 벌인 잘못된 행동은 수도 없이 많다.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그들의 임무를 다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문민정부 초기 전두환, 노태우에 대한 처벌 요구가 이어졌지만 검찰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로 이를 무시했다. 정권 말기가 되어 여론에 밀린 정치권력이 검찰을 움직이고 나서야 이들은 이전과 180도 다른 모습으로 전두환, 노태우에게 각각 사형,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며 시키는 대로 따르는 모습은 비굴함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박근혜 정권을 보면 과거 검찰이 겪었던 역사가 반복되는 듯하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박 대통령이 부재한 7시간에 대한 의혹을 일본의 <산케이신문>이 보도하자 검찰은 이 신문사 소속 기자를 기소하는 촌극을 벌였다. 대통령에 대한 과잉 충성을 보이려다 카카오톡 검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홍준표 지사, 이완구 전 총리의 불구속기소가 확정되며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고려해보면 현 정권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기대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 제도적 장치가 검찰엔 불리한 상황이지만, 검찰은 검사동일체의 굴레에서 벗어나 소신 있는 수사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수사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공정한 수사 결과를 내놓기를 바란다.

송기완 충북 청주시 분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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