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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교수는 언제까지 ‘흘러간 유행가’로 가르치려 드는가

등록 2015-06-01 19:01수정 2015-06-02 12:03

조 교수의 ‘닥치고 혁신’이 놓친 세가지
‘기득권 타파’ 주장은 노선에 대한 고민 빠진 정치공학적 발상
‘삼시세끼’ 없는 새정치는 ‘개평’ 챙겨주는 새누리보다 더 못해
선무당이 벌이는 어설픈 굿판으로 호남을 계몽하려 들지말라
조국 교수
조국 교수
호남 민심에 대한 조국 교수의 글을 관심 깊게 읽었습니다. (▶바로가기 : 조국 “호남 민심이 새정치연합에 요구하는 것 세 가지”) 저는 호남에서 자라서 출향하지 않고 살고 있는 향토인입니다. 중학생 때 5·18을 겪었고 청년 시절에는 고향에서 노동운동과 초창기 진보정당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통칭 민주당 세력의 행태에 대해서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어서 그들을 지지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조 교수의 지적처럼 그들이 호남에서 토호와 이른바 지벌세력의 정치적 대표로서 군림해왔기 때문입니다. 여의도의 정통 민주개혁 세력이 호남선을 타면 티케이(TK)와 다르지 않은 기득권으로 변신(또는 복귀)하는 위선이 1988년 평민당 이래 반복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막대기만 꽂아도 몰표를 주는 묻지마 당선 시절은 아닙니다. 일당 독재에 대한 염증과 식상함이 만연했기 때문입니다.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그런 현상이 뚜렷합니다.

하지만 진보적 유권자의 마음처럼 현 새정치민주연합(새민련)에 대한 지역민의 정치적 실망은 개혁적인 방향으로 가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민주당 세력에 대한 심판 정서가 한때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등을 잠깐 검토했지만 시들해졌고, 그보다 이미 징후가 나타나듯이 실리와 지역발전을 앞세운 보수 성향 무당파(로 보이는 지벌세력의 분파)가 간판을 적당하게 바꾸면서 득세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사실 지금과 달라질 것은 없는 셈이 됩니다. 호남 민심이 항상 진보적이지는 않습니다.

오늘날 새민련이 직면한 위기는 바로 이른바 진보개혁 세력의 무능과 안일한 사고방식에 터잡고 있습니다. 조 교수는 새민련이 당면한 문제가 노선 차이가 아니라 기득권이라고 진단했지만 으뜸가는 문제는 역시 실체를 갖춘 노선이 없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지난 이십여년간 ‘재야출신-386-시민사회세력’ 등 다양한 모습으로 참여해온 진보개혁 세력에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그동안 공천혁명을 포함한 정당개혁을 외치고 시도했지만 간판 교체와 세력의 순환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호남기득권의 올드보이들만이 아니라 진보개혁 세력한테도 호남이 새민련에 보내는 경고가 발송되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집권 기간을 포함해서 민주당 세력이 서민의 밥그릇을 양적 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결과가 신통치 않을뿐더러 부자 정당과 다른 노력조차 미미했다는 점입니다. 두 정당의 사회경제적 노선이 엇비슷한 상황이라면 개평이라도 확실히 챙겨줄 가능성이 큰 새누리에 투표하는 게 가난한 유권자의 합리적인 선택이겠지요.

과거 열린우리당의 부침은 우리에게 관념적 개혁의 한계를 가르쳐주는 사례입니다. 실물 민생에 대한 차별성이 없는 상황에서 민주와 개혁은 서민 대중에게 실체 없는 이미지요 ‘그들만의’ 열정에 불과합니다. 배고픈 유권자들은 개혁 셰프가 정성껏 마련한 삼시세끼를 먹어 본 적이 없고 그래서 믿고 표를 줄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조 교수가 주문한 ‘닥치고 혁신’은 세 번 이상 들은 유행가 같습니다. 인적 쇄신과 계파 청산은 정치개혁 중에서 그래도 밑천이 덜 들면서 소득이 적지 않은 방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새민련이 어떤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고민과 계획 없이는 잘되면 정치공학적 재구성이고 못되면 반대파에 대한 숙청과 분열에 그칠 것입니다.

호남 민심의 진보성은 상대적이며, 여기엔 소외에서 벗어나 기득권의 혜택을 보려는 현실적 욕구도 존재합니다. 이런 현실에 비춰보면 호남을 중심으로 하는 반새누리-비민주당 개혁 세력 결집 주장은 허상에 가깝고 육참골단식 물갈이론은 허장성세에 그칠 수 있습니다. 민생과 집권 전략이라는 준비된 고사상이 차려지지 않으면 선무당이 벌이는 어설픈 혁신의 굿판에 호남 민심은 쉽게 계몽되지 않을 것입니다.

손영득 전남 목포시 용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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