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고 가난한 자들 편에 서서 부당하다고 말하자, 쇠고랑이 그를 옥죄려 듭니다. 평등한 나라에서 여럿이 함께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자, 법이라는 격리의 재갈이 그를 잡아가려 합니다. 그가 누구냐구요? 송경동 시인입니다.
저는 곧잘 그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없어도 세상은 돌아가고 나서는 이들도 적지 않으니 제발 그만 뒤로 물러서라. 너도 이제 비켜나 네 시와 건강을 살필 때가 되지 않았나?” 제 말에 그는 얼마나 힘이 빠졌을까요. 그때마다 순정한 웃음을 입에 물곤 했지만 속으론 야속하지 않았을까요.
세상에, 저는 그가 이렇게나 심하게 핍박받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재판 완료 2건에, 현재 진행중인 재판만 병합심리 포함 3건입니다. 경찰 조사 마친 게 4건이고 경찰 소환 단계는 총 7건입니다. 통상 한 건당 경찰서에 불려가는 게 3번이고, 거기에 검찰 조사까지 더하면 그는 저 치욕적인 모멸감을 최소한 50번은 더 견뎌내야 합니다. 사람 꼴로 살 수 없을 지경이지요.
혹시 제가 모르는 어떤 범죄행위를 그가 저질렀을 수도 있으니 그 죄목을 좀 들여다봐야겠습니다. ‘희망버스 주동’, ‘동희오토 비정규투쟁 당시 특수공무집행방해’, ‘기륭전자 포클레인 점거 농성’,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청와대 행진’,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오체투지’ 등입니다. 가만, 이런 내용이 과연 범죄 요건으로 성립될 수 있는 건가요? 아무리 법이 가진 자의 이득을 대변한다고 해도 말이지요. 하나같이 가난하고 서러운 약자를 위해 나선 행동들일 뿐인데요. ‘특수공무집행방해’라는 게 걸리긴 하지만 저들의 시선임을 고려한다면, 그를 칭찬하고 상 줘야 할 세목들 아닙니까.
저 ‘희망버스’는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인권과 평등의 가치, 사상표현의 자유를 세상에 드러낸 위대한 연대투쟁이라고 봅니다. 뜻있는 시민들과 함께 마음과 몸으로 써내려간 감동의 서사시이기도 하지요. 우리 누구도 포기할 수 없는 사람살이의 따뜻한 공감이 ‘희망버스’에는 깊이 스며 있습니다.
국가라는 게 있다면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그가 했다고 저는 믿습니다. 국가와 정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시인인 그가 양심의 소리를 따라 움직였다고 여깁니다. 다른 이들이 주저하거나 외면할 때 그는 시의 이름으로, 시인의 양심에 따라 당당하게 실천한 것입니다.
그러니 저게 죄라면 송경동이 아니라, 국가가 처벌을 받아야지요. 국가가 할 일을 그가 대신 했으니까요. 하지만 국가는 요지부동이고 정권을 가진 자들은 감옥행이라는 비열한 형벌을 그에게 내리치려 합니다.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구책으로 한국작가회의 안에 법률자문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물론 이 논의는 송경동 이전에도 있어 왔으므로 반드시 그를 위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로써 그도 조금은 느긋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의 이러한 대응은 전혀 아랑곳없이 저들의 노림수는 계속될 것입니다. 하이에나처럼 송경동 시인을 물고 늘어짐으로써 그도 누르고 심약한 시민들까지 더불어 제압하려 하겠지요.
그러나 저들의 흉수가 과연 그대로 관철될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에서 힘들고 아픈 사람들의 차별이 지속되는 한, 시는 그 저항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수많은 시인들이 저항의 시를 들고 계속해서 아니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것이 시의 사명입니다.
그러니 송경동 시인을 감히 가두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를 감옥에 보낸다고 해서 송경동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또 다른 송경동들이 나타나 그 자리를 곧 메울 테니까요.
정우영 시인·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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