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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메르스에 대한 수많은 호언장담들 / 홍창의

등록 2015-06-11 18:30수정 2015-06-11 21:09

우리 사회는 편 가르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좋아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이번 메르스 사태도 단언하기를 좋아하는 사회의 병폐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태 초기에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겠다는 자세로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염병 관리 매뉴얼은 초동단계부터 작동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전염병은 평택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삽시간에 퍼지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공기감염’이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비말감염’이기 때문에 공기전파 감염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문형표 장관의 마스크 착용이 문제가 되었다. 국민을 상대로는 공기감염이 아니라고 말하고, 공무원들 내부에서는 자기들끼리 공기감염에 준하는 대응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의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또 정부는 ‘3차 감염’은 없다고 단언하더니, 서울의 유명병원 의사까지 3차 감염으로 확진되었다. 3차 감염은 병을 옮길 수 있는 위험군을 특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2차 감염자까지는 감염경로를 파악해 격리 조처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3차 감염부터는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머문 병원 이름도 정부는 여러날 ‘공개 불가’ 원칙을 고수했다. 병원 실명 공개가 공개하지 않는 것보다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예단한 것이다. 3차 감염이 시작된 상황에서 보면, 정부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고 국민 스스로 가져야 할 자제력과 통제력을 무력화시켰다. 확진환자 개개인이 어떤 병원을 경유했는지 이동경로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공개되었어야, 대규모 감염 가능성을 줄일 수 있었다. 국민안전처는 감염자수가 300만명이 되어야 대책본부를 가동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알려진다. 메르스의 치사율이 40%라고 가정하면, 120만명이 죽어야 그때서 뭘 하겠다는 말과 같은 이치가 아닌가?

이 와중에 불거진 서울시장과 3차 감염자와의 논쟁은 편 가르기와 거짓말 논란의 극치를 보여준다. 3차 감염 의사도 억울한 감정이야 백번 이해하지만, 방송을 향해 쏟아내는 거칠고 단정적인 언어는 듣는 이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든다.

정부는 또 사태 이후 메르스 감염이 지역으로 번지지 않고 의료기관 안에 국한되어 있음을 단정적 언어로 강조해왔다. 뒤집어 말하면, 의료기관 내 감염이기에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단언하기에 앞서 현재로선 가능성은 낮지만, 그렇게 될 확률이 없지는 않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메르스에 관해 수없이 반복되는 정부의 호언장담은 세월호 초기 “전원 구조” 정부 발표와 배가 가라앉을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 했던 안내 방송처럼 들린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현 정부가 우기는 긍정의 힘은 국민에겐 늘 독이 되었다.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는 게 방재나 보건방역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인문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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