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상대계수 값이 -0.754로 무척 높게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월22일 낮 두 사람이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만나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왜냐면]
지난 4일 밤 박원순 서울시장은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메르스 대응에 반기를 들었다. 그리고 서울시는 독자적인 메르스 정보 수집과 공개, 대응을 시작했다. 이번주 박원순 서울시장은 원내 제1당인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원내 제2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를 따돌리고 여론조사기관인 갤럽과 리얼미터의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박원순 시장에게는 3가지 공적 지위가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박원순, 단체장으로서의 박원순, 그리고 리더로서의 박원순. 무엇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첫째, 정치인으로서의 박원순. 정치인은 상대성이 중요하다. 박 시장의 지지율을 다른 대선후보들과 비교하기 위해 통계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상관관계 분석을 했다. 가장 강력한 상관관계를 보인 정치인은 문재인 대표였다. 무려 상관계수 값이 -0.754(상관성이 높음)였다. 상관계수 값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경쟁관계임을 내포한다. 정치적 맞수인 문재인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상관계수 값이 -0.482(상관성이 있음)인 것을 고려하면, 내부 경쟁자인 박원순 시장과 문재인 대표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이 올라가면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이 내려가고, 반대로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이 올라가면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이 내려갔다. 예컨대 지난해 9월 중순 새정치연합 당시 박영선 원내대표와 문재인 의원이 비대위원장 외부 인사 영입을 두고 진실 공방을 한 적이 있다. 이후 문재인 의원의 지지율은 13%로 하락했고,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은 22%까지 올라갔다. 또 올해 2월 중순 문재인 의원이 새정치연합 당대표가 된 뒤 지지율이 25%까지 올라갔지만,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은 11%까지 내려갔다.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지위는 과거형으로, 주로 반사이익으로 얻어졌다.
둘째, 단체장으로서의 박원순. 단체장은 안정감이 중요하다. 박 시장은 제도권 입문을 단체장으로 시작했다. 여의도 정치와 거리가 있어 노출 빈도가 적은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는 안정감을 통해 지지층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박 시장의 지지율을 받치고 있는 계층은 야권의 핵심 지지층이다. 서울과 호남지역 거주자 남성 30~40대 사무직 종사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올해 2월 중순 11%의 낮은 지지율과 현재 17%의 높은 지지율 모두, 지지층이 바뀌지 않았다. 규모만 늘었을 뿐이다. 단체장의 지위는 현재형으로 지지율 상승보다는 지지율 유지에 필요하다.
셋째, 리더로서의 박원순. 리더는 개혁성이 중요하다. 박 시장이 한 차원 다른 성장을 하려면 안정 속에 변화를 꾀하는 경기·인천 거주자 50대 자영업 종사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실제 이들은 박 시장의 인기가 최고점에 있을 때 잠시 지지율을 떠받쳤던 경험이 있는 계층이다. 또 시대담론이나 바람에 기댄 개혁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개혁을 원한다. 개혁의 성과를 원한다. 리더로서의 지위는 아직 미래형이다.
많은 국민들이 메르스 사태로 불안해하며 정부 대응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메르스를 대응하는 방식에는 딱 하나의 큰 차이가 있다. 바로 소통방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환자 앞에서 진료차트만을 바라보며 진찰 결과와 처방전에 쓰인 글을 있는 그대로 읽어주는 의사인 반면, 박원순 시장은 환자와 눈을 보며 환자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고 앞으로 어떤 치료가 진행되는지 설명하는 의사다. 병리학에 관심이 많은 의사와 환자에게 관심이 많은 의사, 여러분은 어떤 의사에게 진료를 받겠는가.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더 낫다고 발언한 박 시장은 위기관리의 원칙을 잘 보여줬지만, 국민은 얼마 지나지 않아 행위의 성과를 요구할 것이다. 서울시의 메르스 대응이 박 시장에게 독이 될까 아니면 약이 될까. 지지율이 더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더 분명한 사실은 많은 국민들이 박원순식 위기관리 방식에 동의했다는 사실이다.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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