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은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할 만큼 빠르게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다. 노인의 기준은 노인복지법상 경로 우대 등 대상자 정의에 준거한 나이로 정해지는데, 우리나라에서 각종 복지 정책의 기준이 되는 노인 연령 기준은 만 65살이다. 그런데 최근 대한노인회가 이러한 노인 연령을 ‘만 65살’에서 ‘만 70살 이상’으로 높이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대한노인회는 ‘곧 100살 시대를 앞둔 대한민국이 만 65살부터 노인으로 인정하고 각종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면 정부 재정에 큰 부담을 준다’고 주장한다. 후대의 세금 부담을 줄이려면 노인 연령 상한 기준 상향이 불가피하고, 고령사회와 저출산으로 인구구조의 불균형이 커지기 때문에 국가재정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노인 연령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인 연령 상한 기준을 반대하는 이들은 노인빈곤율이 높은 상태에서 노인 연령을 높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인 연령이 올라가게 될 경우 지하철, 버스, 박물관 등 공공시설에 대한 무료 이용 기준도 바뀌게 되고 기초연금 수급 연령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49.6%이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소득조차 부족한 노인이 30% 이상이다. 섣부른 노인 기준 연령의 상향 조정은 부실한 공적연금을 축소하고 노인의 빈곤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미래에 있을 국가 재정 파탄을 이유로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하는 것에 반대한다. 국가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선택과 집중의 문제이고, 노인빈곤율의 해소를 위한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노인 연령 상향 조정으로 인한 국가재정의 안정을 바랄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노인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직시하고 빈곤율을 떨어뜨릴 정책을 펼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은퇴 연령은 53살이다. 공적연금 수급 연령인 65살까지 약 12년간의 공백기가 존재하게 된다. 70살로 노인 기준 연령이 상향될 경우 17년이라는 공백기가 존재하고, 더 큰 노인빈곤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노인빈곤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릴 수는 없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요구, 그것은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다. 1884년 독일 노령연금의 수급 대상이 65살 이상으로 정해진 이후로 우리나라도 노인 연령 기준을 정했다. 이것은 건강, 노화와 관계없이 정해진 연령이며 사회보장제도 자격기준을 재단하는 정책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령화 사회라는 사회적 추세에 걸맞은 상향 조정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돈’으로 인해 국민이 받아야 할 혜택을 미뤄야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복지 대상인 노인의 복지를 미루기보다 다른 방법으로 세수를 거둬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더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배세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