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간병인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메르스 파동으로 간병인들이 호흡기관지 질병 환자를 거부하거나 특정 병원의 간병업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간병인 8명이 병원 내 감염으로 메르스 확진 판단을 받은 상황에서 간병업계가 술렁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의료업계 종사자들 가운데 유독 간병인만 업무를 피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실 간병인들은 다른 종사자들보다 예방 및 안전대책에서 소외되어 있어 공포감이 클 수밖에 없다. 간병인은 병원에 고용된 직원이 아니라, 알선업체를 통해 이용 환자를 구하는 특수고용직에 해당한다. 그 때문에 병원의 관리감독이나 질병감염대책 등에서 무방비로 방치되기 쉽다. 일을 하다가 감염이 되거나 병을 얻어도 산업재해 인정을 비롯한 공상처리 등의 지원 및 보상을 받지 못한다.
2011년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한 간병인 A씨는 에이즈 환자의 링거 바늘에 찔렸다. A씨는 링거 바늘에 찔린 직후 병원에 감염 여부 검사를 요청했으나 거부를 당했다. 노동조합의 요청으로 겨우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양성판정은 받지 않았으나 모든 비용은 본인이 지불해야 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메르스 파동에도 마스크 하나 지급하지 않는 병원이 많다. 결국 아무런 안전망도 대책도 없이 무방비로 노출된 작업환경에서 일을 쉬어도 먹고살 만한 간병인들은 하나둘 일손을 놓고, 결국 당장의 생계가 빠듯한 사람들만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의 간병인은 “병원에 안전대책을 요구하다가 일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간병인들의 열악한 노동처우는 이뿐만이 아니다. 24시간 간병에 7만원가량의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받다가 환자를 맡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기도 한다. 24시간 주 5일 내내 근무를 하면서도 별도의 휴게공간이 없어서 쪽잠을 자고 병실 한편에서 냉동밥으로 식사를 하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이러한 근무형태와 환경은 환자의 위생에도 결코 좋지 않다.
간병업계는 지난 몇년간 줄곧 병원의 간병인 직접고용을 요구해왔다. 병원의 직접고용을 통해 체계적인 관리시스템 속에서 안전하게 일을 하는 것이 간병인의 생존권에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간병인 수급과 환자의 보건의 질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물론 간병인 직접고용과 이에 따른 보험체계 개편은 많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생명과 안전의 문제를 이윤의 문제로 치환할 때의 병폐를 지난해에도 올해에도 국민들은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안정적인 간병업무 환경에서 안전한 간병시스템이 세워질 수 있다. 메르스 파동 앞에 드러난 간병인 고용 형태를 되짚어봐야 한다. 결단이 필요한 시기이다.
김미현 공공운수노조 돌봄지부 선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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