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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그리스 사태가 주는 교훈 / 이용섭

등록 2015-07-08 18:27

그리스 국민들이 트로이카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에 ‘반대’를 선택함에 따라 그리스 미래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이번 사태는 구제금융을 받은 전력이 있고 최근 재정적자와 가계부채가 위험 신호를 보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스 사태에서 배워야 할 교훈을 정리해본다.

첫째, 우리나라의 세금 부담을 적정화하여 늘어나는 재정 수요를 뒷받침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과다 연금 등을 거론하며 과도한 복지가 그리스 디폴트를 유발했다고 주장한다. 그런 이유라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그리스보다 복지 수준이 훨씬 높은 북유럽 국가들이 먼저 재정위기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 나라는 재정이 다른 나라보다 안정되어 있고 견실한 성장을 하고 있다.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22~24%로 유럽에서 중간 수준이다. 그리스를 포함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의 공통점은 높지 않은 복지 지출도 뒷받침하지 못할 정도로 조세부담률이 낮은 데 있다. 탈세가 만연하고 지하경제 규모가 크다. 그리스의 조세부담률은 2009년 19.4%에서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2013년 22.9%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조세부담률 25.8%보다는 크게 낮다. 문제는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 수준(2014년 17.8%)이란 점이다. 이는 분단국가인데다 날로 심화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와 사회양극화를 해소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고려할 때 심각한 문제다. 앞으로 재정규모 증가는 불가피하다. 조세부담률이 적정화되지 못하면 국가부채 급증과 재정위기를 피하기 어렵다.

둘째는 ‘천수답 경제’에서 ‘전천후 경제’로 전환하여 해외 충격에 대한 방화벽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의 그리스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 전체 수출액의 0.18%에 그쳤다. 그런데도 그리스 재정위기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과도하게 높기 때문이다. 2011년 지디피 기준으로 우리나라 무역의존도는 110.3%로 오이시디 평균(59.1%)의 두 배에 가까우며 미국(31.7%)과 일본(31.4%)보다는 세 배 이상 높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을 것이다. ‘내수’라는 안전판 없이 수출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로는 외풍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제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등 내수산업을 키워 수출과 내수 간 균형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협소한 내수시장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에프티에이 확대 등 개방이 불가피하지만 항상 이에 따른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방화벽이나 안전판을 함께 마련해야 된다.

셋째는 방만한 재정운영을 지양하고 경제 틀과 체질을 바꾸는 구조개혁에 주력해야 한다. 그리스는 공공부문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위기대응 과정에서 정부 지출이 크게 확대되어 재정이 더욱 악화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부자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등 돈 풀어 경기 살리겠다는 단기부양책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 없이 단기부양책만 남발하다 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으로 효과가 지속되지 못하고 국가부채와 가계부채 증가 등 부작용만 키우고 있다. 그 결과 2008년 이후 금년까지 8년 연속 재정이 적자이고 적자규모도 179조원에 이른다. 재정건전성은 끝까지 지켜야 할 대한민국의 생명줄이다. 가계부채는 11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이미 내수 위축 단계를 넘어서서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가계와 금융기관의 부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선진국에 진입하느냐 중진국 함정에 빠지느냐 기로에 서 있다. 정부는 시대 변화에 맞게 경제 틀과 체질을 바꾸는 구조개혁만이 살 길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용섭 한반도미래연구원 원장,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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