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법시험 존치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로스쿨 등록금이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에 사법시험을 존치함으로써 서민의 법조계 진입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2009년 연평균 약 1430만원이던 로스쿨 등록금은 2013년 1530만원으로 인상되었다. 그러나 장학금 지급률은 2009년 47%에서 2014년 1학기에는 36.6%로 하락하였다. 연간 등록금 1500만원이 넘는 로스쿨은 서민들에게는 오르지 못할 나무인 것이다.
그런데도 로스쿨 쪽에서는 장학금을 충분히 주고 있기 때문에 서민들이 진학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장학금을 확실히 줄 것 같으면 애당초 장학금만큼 등록금을 낮추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장학금을 약속대로 확실히 보장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엄청난 재정적자 때문에 앞으로 로스쿨에서 장학금을 늘리거나 등록금을 인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로스쿨은 2011년 기준으로 매년 약 1268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국공립 로스쿨은 정부로부터 375억원의 국고지원금을 받아 적자를 메우고 있다. 현재 이 정도 적자라면 앞으로 로스쿨이 장학금을 축소하고 등록금을 인상할 것은 명백한 일이다.
로스쿨 쪽은 특별전형이 있기 때문에 경제적 약자를 배려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비율은 6.1%에 불과하다. 천도정·황인태 교수가 발표한 논문 ‘법조인 선발제도별 법조계 진입 유인 실증분석’에 따르면 로스쿨로 단일화할 경우 전 국민의 70%가 경제적 이유로 법조계 진입을 포기하게 된다. 고작 6.1%의 특별전형 제도로 70% 국민의 좌절과 절망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로스쿨 쪽에서는 사법시험 합격률이 3%라고 하며 고시낭인 방지를 위해 사법시험이 폐지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2015년 서울시 공무원 시험의 합격률은 1.7%였고, 7급 공무원 시험 평균 합격률은 1.2%였다. 로스쿨 쪽 주장대로라면 낭인 방지를 위해 7급 공무원 시험도 폐지해야 한다는 어이없는 결론에 이른다. 오히려 입학만 하면 정원 대비 75%의 합격률을 보장해 주는 로스쿨이야말로 가진 자에게 지나친 특혜를 주는 제도이다.
2017년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로스쿨은 법조인 배출을 독점하게 되고 ‘대학의 자율’이라는 미명 아래 장학금을 더욱 축소하는 한편 등록금은 올리려고 할 것이다. 지금도 로스쿨의 장학금 지급계획 위반에 대해 마땅히 제재할 수단이 없는데, 장차 로스쿨이 장학금을 축소하고 등록금을 인상하면 그때 정부는 과연 어떤 방법으로 서민의 법조계 진입을 보장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로스쿨을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서민의 법조계 진입 보장을 위해 사법시험을 존치함으로써 로스쿨의 단점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장학금 축소와 등록금 인상이 명백하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법시험을 폐지하는 것은 헌법상 국민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라고 선언하고 있다. 누구나 경제적 능력과 상관없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할 수 있는 세상, 그것이 진정 우리 헌법이 만들고자 했던 대한민국이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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