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무기구입에 ‘호갱’은 안된다 / 이희우

등록 2015-07-16 18:51수정 2015-07-16 19:07

공군의 숙원사업인 공중급유기가 마침내 A330MRTT로 선정되었다. 선정 사실이 발표된 뒤 언론은 미국산을 제치고 유럽산이 선택된 점에 주목했다. 이제까지 전략무기를 채택할 때 미국산을 선택해왔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한-미 군사동맹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유럽산 공중급유기의 상호운용성 문제를 지적하며 매우 이례적 결정이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다른 한편에서는 성능이나 가격 면에서 우세한 유럽산이 공정한 평가를 거쳐 선정된 것이며, 그간 한-미 동맹에 의존하여 후속 지원이나 기술 이전에 인색했던 미국 방산업체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아무튼 이번 방사청이 수행한 합리적 평가 과정과 국방부의 결정은 우리의 무기체계가 미국 독점 구조에서 벗어나 국익에 우선한 자주적 의사결정을 했다는 칭찬을 받을 만하다.

그간 미국산 선정의 당위성으로 지적되어온 점이 미군과의 상호운용성 문제이다. 이번 선정에 대해 방사청은 미군 무기체계와 동일한 디지털 전술 통신 장비인 ‘링크16’(Link-16)을 장착해 필요한 정보를 송수신 및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유럽의 무기체계 대부분은 설계 단계부터 상호운용성의 핵심인 통신 장비를 미군과의 합동 작전을 고려하여 장착하고 있다. 미군이 사용하는 ‘링크16’은 사실 미국이 아닌 나토(NATO)에서 개발한 통신장비이다. 특히 A330MRTT는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및 중동국가에서 그동안 미군과의 합동 작전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상호운용성에 대한 문제 지적은 우려에 불과하다.

하지만 차기 전투기인 F-35 선정 과정을 공중급유기와 대비해 보면 여러가지 아쉬움이 묻어난다.

F-35는 선정된 지 1년이 되어가도록 계약 진척이 매우 더디다. 계약의 핵심 요소인 가격과 인도 시기가 아직까지 불확실하다. 절충교역 조건인 국산전투기 KF-X 개발에 대한 기술이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간의 사업 지연으로 전투기 전력의 공백 문제가 심각한데 F-35 계약 지연으로 차기 전투기의 전력화와 KF-X 개발 사업까지 동반 지연이 우려된다. 사실 F-35는 개발 중인 전투기라서 시험평가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개발 지연과 비용의 문제가 잠복해 있으며, 기술이전도 미 정부의 승인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문제를 알고도 선정했다. 이제 와서 책임을 달리 물을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다 F-35는 최근 엔진 결함 등으로 추가 개발 일정과 비용의 증가가 예상된다. 애초 사업비 범위를 초과하게 될 경우 계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공군의 핵심인 전투기 전력이 자칫 F-35의 개발 진척 여부에 따라 흔들리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공중급유기는 투명한 선정 과정을 거치면서도 우리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에 반해 선정 과정의 투명성 논란이 많았던 F-35 구매사업은 여러가지 악조건 속에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계약 상대가 미 정부이니만큼 방사청과 관련업체에만 맡겨 놓지 말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 우리가 앞으로 F-35 사업 등으로 미국 록히드마틴사에 지급할 금액이 10년간 12조원이나 되는데도 기술이전을 구걸하고 다녀야 한다는 어느 항공산업 종사자의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가 무기를 구매할 때 어느 정도는 한-미 동맹의 특수성을 고려한 결정이 불가피하다 해도 당당한 고객이어야지 “호갱”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희우 충남대 종합군수체계연구소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