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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정부위원회 공익위원의 사회적 책무 / 김경자

등록 2015-07-20 18:29

집단적 의사결정을 하는 각종 정부위원회에는 이해당사자 이외에 공익위원을 두고 있다. 이들 공익위원은 첨예한 이해관계에 얽매이기보다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익 관점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최근 정부위원회 공익위원들의 활동사항을 보면 공익보다는 위촉권자인 정부의 편에 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에 따라 정부위원회의 공익위원은 ‘정부위원’이라고 냉소적으로 이야기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최저임금위원회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들 수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공익 대표 각 9명씩 총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노사가 9 대 9 동수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매번 실질적 결정권을 갖는 것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공익위원이다. 그러다 보니 최저임금은 항상 정부와 경영계 쪽 의견이 반영되며, 거의 매년 그래 왔듯이 올해도 노동계만 빠진 상태에서 경영계와 공익위원만이 참석한 가운데 최저임금이 결정되었다.

일부 공익위원들의 이러한 행태는 공익위원 위촉 절차와 자격요건에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정부위원회의 공익위원은 주무장(차)관이 위촉한다. 또한 공익위원은 대부분 변호사·공인회계사 등 자격증 소지자, 대학교수, 박사학위 소지자 등을 자격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분야의 자격요건만 규정하고 있을 뿐 윤리적 기준이나 공익적 활동 실적 등을 위촉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공익위원으로서의 본연의 임무보다는 위촉권자의 입맛에 맞게 활동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과 관련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와 기금운용위원회의 기능을 보좌하는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및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의 3개 전문위원회가 있다. 대부분 노사정 3각 체계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위원장인 복지부 장(차)관이 위촉하는 공익위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에는 기금운용위원회의 가입자 대표를 전문가로 대체하고, 안정적 성과를 내고 있는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는 등 국민연금제도 운영과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분리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상 정부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정부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현직 공익위원들에게 국민연금기금운용체계 개편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이며, 조만간 그 결과도 발표될 전망이다. 해당 정부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이 사회적으로 첨예한 쟁점 사안에 대해 정부로부터 연구용역을 받고, 다시 이렇게 수행한 연구결과가 정책 결정의 토대가 될 뿐 아니라, 그 과정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과연 상식적으로 바람직한 것인가.

정부위원회에 참여하는 공익위원들이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위촉 절차와 위촉 기준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 사회적 합의기구 성격의 정부위원회는 이해당사자의 공동 추천을 받은 전문가 중에서 위촉할 수 있도록 하고, 공익적 활동의 성과와 윤리적 기준에 합당한 인물이 추천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그래야 공익위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국민연금의 거래기관인 금융사나 자산운용사의 사외이사 활동을 통해 최저임금의 수십배, 수백배의 보수를 지급받고 있으면서 5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정책을 다루고 있다면, 국민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김경자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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