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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수원대 사태와 권력의 추태 / 이원영

등록 2015-07-27 18:48

지난 4월 서울민사지법은, ‘수원대는 이월·적립금을 부당하게 운영해 학생들에게 등록금에 비해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실험·실습 교육을 받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므로, ‘학교법인은 1인당 30만원 내지 9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했다. 수원대 학생 50명이 낸 등록금 환불소송의 선고 요지다.

이 학교의 적립금은 4500억원이나 된다. 기부받은 돈도 있지만, 십수년 실습비 등을 지출하지 않은 덕분이다. 2014년 교육부 대학평가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해 16%나 학생정원을 감축했다.

이런 사태를 만든 장본인 이인수 수원대 총장은 지난 2년간 장안의 화제를 몰고 연일 언론을 장식했다. 회계부정, 미술품 관리 위반 등 교육부 종합감사 적발만 33가지나 받고 중대한 4가지에 대해서는 수사의뢰까지 당했다. 그중에는 오전에 죽은 이사장이 오후에 이사회 회의를 주관하게 한 기록도 있다. 사돈 회사인 <티브이 조선>에 투입한 50억원은 어떤가. 수년 전 감사원이 교비회계로 환원조처 하였지만, 무시하고 있다가 재차 지적을 받았다. 그럼에도 끄떡없다. 작은 부정에도 어김없이 구속되는 다른 대학 사례를 보라. 비리를 들추어내었다고 교수 6명을 자른 건 어떤가. 교육부 소청위원회가 해직 부당 결정을 내려도 막무가내요, 법원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왔지만 꿈적도 안 한다.

단연 빼어난 것은 2년 연속 국감 증인에서 빠지는 신공이다. 신성한 입법기관에서 국민이 선출한 의원들이 합의해 놓은 증인 채택이 이른바 ‘실세 권력’의 한차례 손사래에 날아갔다. 익히 알려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의 관계뿐 아니라 야당 쪽 실세의 비호가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어느 의원의 말처럼 “수원대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권력 안에 숨어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다.”

수원대 교수협의회가 참여연대 등과 함께 이인수 총장을 검찰에 고발한 게 작년 7월초다. 하지만 검찰은 기소는커녕 1년이 넘도록 무소식이다. 최근에는 그가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의 ‘포토라인’도 빠져나갔다. ‘포토라인’이 무엇인가. 세상의 이목이 모여 자연스레 피의자의 심리를 압박하게 되는, 검찰의 보도(寶刀)다. 그런데 거기에도 뒷문이 있다는 걸 알았다. 국회에 이어 검찰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러한 의심은 오래가지 않아 실체를 드러냈다. 검찰이 최근 고발자인 배재흠 교수협의회 대표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다. ‘복직’을 매개로 한 중재란다. 하지만 해직된 6인 교수에 대한 ‘복직’ 판결은 이미 사법부에서 결정이 났다. 학교 쪽은 법원의 판결을 이행하면 되는 것이다. 혹시 몰라서 이 사건이 검찰 ‘형사조정제도’에 포함되는지 법률자문을 여러 곳에서 받아보았다. 전혀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들이 돌아왔다. 그가 고발된 것은 교육의 공적 가치를 파괴하는 불법을 저질렀다는 혐의인데 검찰의 합의 종용은 월권이요 상식 이하라고.

이쯤 되면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부당한 권력이 또다시 작용하여 ‘사학비리자’를 계속 옹호한다는 의심이 바로 그것이다. 얼마 전에는 학생들 약 3천여명이 총장을 해임하라며 서명하였다. 소중한 청춘의 황금기에 자부심으로 가득해야 할 학창 시절이 먹칠당했다. 또 졸업생들의 상처는 얼마나 크겠는가.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고 학부모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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