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아니 자리를 걸고서라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답할 수 있는 책임 있는 공무원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시절입니다. 제 글은 이런 답답한 현실을 살아가는 국민의 하소연이라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으나, 곧 4대강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이름만 바꿔 시행되는 과정에서, 책임 있는 공무원들 중에 이건 아니라고 자리를 내놓을 각오로 소신 있게 이야기하는 분들이 없었습니다. 그 결과 22조원의 혈세는 토건족의 배만 불린 채 사라져버렸고, 4대강의 공사 구간은 비참하게 파괴되었으며, 흰수마자 등 멸종위기종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잘못이 이번에는 산에서 벌어지려 합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을 시작으로 호텔급 산장을 짓고, 승마와 산악자전거 코스를 만들겠다는 그들의 계획은 우리가 온전히 보전해야 한다며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자연마저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천박함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 환경부 공무원의 대다수가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에 우려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고산대의 우수한 식생지대,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주요 서식처, 주요 봉우리 등에 들어서서는 안 되고 기존 탐방로와 연계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 계획이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두차례 반려된 것을 환경부 공무원들이 다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또다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설악산 케이블카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려 하고 있습니다. 저는 위원장님이 환경부 공무원들의 마음을 받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답하리라 믿고 있습니다. 환경부 공무원들이 소신 있게 일하도록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위원장님의 말씀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오는 28일, 그동안 케이블카를 심의했던 원칙에 근거하여 올바른 결정이 날 수 있도록 위원장님의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합니다.
윤기돈 녹색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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