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평화헌법’ 9조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떠올랐다. 한 일본 시민의 제보가 계기가 되었다. 정확하게는 “평화헌법 9조를 지키는 일본 국민”이 후보가 된 것이다. 비무장과 전쟁포기를 선언한 헌법조항을 갖고 있는 나라는 일본과 코스타리카 두 나라다. 일본은 자위대라는 군대를 소유하고 있으나 코스타리카에는 군대가 없으며 국방예산을 절약하여 국민 복지에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평화헌법은 군대를 갖지 않는다는 목적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전쟁에 대한 억제력으로 큰 힘을 발휘하였다. 80년간의 일본근대사는 러일전쟁, 청일전쟁, 제2차대전 등 전쟁으로 점철된 역사였다. 그런데 패전 후 70년을 맞이하기까지 제대로 된 전쟁 참가는 한번도 없었다. 헌법 9조의 힘이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런 헌법조항이 저절로 지켜진 것은 아니다. 헌법 개정을 제지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의지로 가능했던 것이다.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조차 헌법 9조에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일본의 양심 있는 이들은 평화헌법을 통해 전쟁은 전쟁 준비로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생히 배웠다. 일본은 거대한 군사력을 가진 과거에 수많은 전쟁에 휘말렸지만 평화헌법 9조를 소유한 지난 70년간 전쟁에 휘말리지 않았다.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전쟁 억제에서 가장, 아니 유일하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면 평화적인 대화를 하고자 하는 노력보다는 응징을 하자고 하는 목소리가 훨씬 크다. 이번 휴전선 사태에 대한 우리의 태도도 마찬가지이다. 전역을 연기하는 병사들이 영웅시된다. 그렇다면 휴전선에서 다시 한번 충돌이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병사들이야 잘못된 논리에 말려들어 한 행동이니 비난하기는 어려우나 그러한 저급논리를 만들어내고 이를 가지고 선동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군비를 대폭 축소하자는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 안에 있는 호전적 성향을 약화하는 것이다. 북한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도 분단 70년간 너무나 호전적인 국민이 되었다. 일본의 평화헌법을 칭찬하면서도 자신들은 그러한 헌법을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호전적인 국민이 되었음을 왜 깨닫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역사를 보면 전쟁은 무기가 아니라 전쟁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일으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전쟁을 부추기는 호전성이야말로 우리가 배격해야 할 절대적인 전쟁의 원인이라 하겠다. ‘초전박살’이니 하는 식으로 싸움을 당연시하고 이것을 가지고 전쟁 분위기를 만드는 선동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모든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군국주의 일본이 패전 후 70년간 전쟁에 한번도 휘말리지 않았던 것이 평화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되었듯 우리도 그러한 의지를 바탕으로 다시는 이 나라에 전쟁의 불꽃이 튀지 않도록 하자.
양의모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4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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