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십니까? 쉬지도 못하고 365일 일했지만 임금은 9년 내내 최저임금인 기업, 조금만 잘못하면 징벌 차원의 빨간 조끼를 입혀 모멸감을 주는 기업, 걸핏하면 물량 감소를 이유로 비정규직을 권고사직으로 내쫓는 기업이 있습니다. 그렇게 노동자들을 쥐어짠 이 자본은 연매출 1조원, 연평균 당기순이익 500억원, 사내보유금 7300억원을 쌓아두고 있습니다.
바로 세계 최대 규모로 에프티(FT)액정용 글라스 기판을 만드는 일본 자본인 아사히글라스 그룹입니다.
아사히글라스 자본이 노동자들을 쥐어짜 최대의 이윤을 남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상상을 초월한 특혜가 있었습니다. 2004년 국내 공장을 설립한 아사히글라스 자본에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50년간 토지 무상임대, 5년간 국세 전액 감면, 15년간 지방세 감면이라는 특혜를 주었습니다. 그러함에도 더 낮은 임금, 더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을 만들어 노동자들을 인간이 아닌 이윤 창출의 도구로만 인식하는 자본과 공장 안 노동자들의 실상을 알리고자 합니다.
“더 이상 이대로 살 수 없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며 우리 앞에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9년간 최저임금, 장시간 노동과 비인간적 대우,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한 비정규직 인생을 바꿔내고자 지난 5월29일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자본은 노조 설립 한달 만에 노조 가입 노동자 170명을 모두 계약해지 했습니다. 공장 전기공사를 하겠다며 휴무를 한 날, 쉬라고 해서 공장에 나가지 않은 날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다음날인 7월1일,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노동자들이 출근하려던 공장의 문은 열리지 않았고, 그 문을 막아선 이들은 건장한 경비업체 용역 직원들이었습니다.
그날부터 해고 노동자들은 공장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공장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허허벌판 인적도 드문 그곳에 얼기설기 묶은 비닐을 지붕 삼아, 스티로폼을 온돌 삼아 길거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35도가 넘는 폭염의 날씨에 찾아간 그날에도 그들은 구미역에서 시민들을 향해 “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일본 기업한테 쓰다 버려지는 것이 말이 됩니까?”라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아사히 자본에 맞서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작부터 녹록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함께 해고된 노동자들 다수가 자본의 회유와 압박에 희망퇴직을 선택했고 고용노동부, 구미시, 경찰은 노조를 깨기 위해 혈안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함께 뭉쳐 싸울 수 있는 노동조합이 있는 노동자들은 행복합니다. 노예와도 같았던 서러움의 비정규직 인생을 스스로 바꿔내는 싸움을 선택한 남은 50여명의 해고 노동자들, 이들을 찾아가 지지하고 응원하고 희망을 주고자 합니다.
함께 어깨 겯고 힘을 나누고자 ‘연대 마당’을 준비했습니다. 또 같은 처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부분이겠지요. 많은 것을 줄 수도 없겠지요. 그러나 우리에게는 함께 맞잡은 손들이 바위만큼이나 굳건하고 굳센 힘을 가진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자본과 맞선 노동자들의 싸움이 지금은 비록 작은 발걸음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비정규직 철폐로 가는 씨뿌림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9월5일 오후 3시, 구미4공단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입니다.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힘을 만들어 가는 곳에 한걸음을 밟아주십시오.
유명자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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