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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김무성 대표님, 노조 탓이라고요? / 김양흔

등록 2015-09-07 18:52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요즘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베테랑>이라는 영화를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영화에는 최소한의 인격도 갖추지 못한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와 그를 응징하려는 ‘서도철’이라는 형사가 등장합니다.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조태오의 악행에 분이 치밀어 오른 서도철은 조태오가 외국 바이어들과 만찬을 나누는 자리에 ‘돌격’을 감행합니다. 조태오는 서도철에게 ‘(여기에 외국분들도 계시는데) 이렇게 하시면 우리나라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냐’며 비아냥거립니다. 그런 조태오에게, 서도철은 윽박지릅니다. “더럽겠지!”

이 장면에서,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진정 더럽게 만들고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불의와 폭력을 일삼는 막장 재벌 3세 조태오입니까,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형사 서도철입니까?

그리고 영화 속에서 조태오는, 자신이 형과 누나를 제치고 통신 쪽 회사를 물려받아야 한다며 전전긍긍하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기업의 혁신과 경쟁력이 악화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만합니다. 검증도 되어 있지 않고, 능력도 없으며, 타인을 존중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 단지 오너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업을 물려받는다면, 그 기업이 혁신을 이룰 수 있을까요?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을까요?

대표님, 신중히 생각해보시길 권합니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갉아먹고, 선진화와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세력은 누구입니까? 노조의 ‘쇠파이프’입니까? 군대보다 더한 수직적, 위계적 서열 조직문화를 고수하고, 회사의 자원을 자기 것인 양 전유하고, 세습을 일삼고, 부패와 폭력으로 얼룩졌으며, 최소한의 도덕성도 상실한 통제 불능의 막장 재벌이 아닐까요?

십수년 전의 ‘한보 사태’ ‘대우 사태’에 이어 몇년 전 터진 ‘저축은행 사태’까지, 노조가 원인인 사례가 있었습니까? 경영자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과다 차입 그리고 정치권과의 결탁, 도덕적 해이가 부른 참사 아니었습니까? 재벌들의 전횡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달러를 이미 달성하고도 남았을지 모릅니다. 문제는 ‘강성노조’의 ‘밥그릇 챙기기’와 (무슨 사례를 말씀하신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쇠파이프’가 아닙니다.

내년의 최저임금은 올해와 비교하여 8.1% 오른 6030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노동계는 1만원을 요구했지요. 이러고도 한국의 노조가 ‘강성’입니까? 대표님께서는 왜 재벌의 중소기업 죽이기와 세습경영, 폭행, 부정부패에는 일언반구도 없으시다가 느닷없이 노조를 때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표님의 인식과는 다르게, 노조는 오히려 경제발전에 ‘기여’했는지도 모릅니다. 노조의 운동이 없었다면, 그나마 완만한 최저임금의 상승도 없었을 것이고, 내수 경기는 더욱더 얼어붙었을 겁니다. 노조 때문에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노조 때문에 한국 경제가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원인을 제대로 짚어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여러 의견을 접해보시고 한국 경제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주범이 누구인지 재고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재벌이 이토록 활개 칠 수 있는 정치적·사회적 환경을 조성한 정치권의 잘못은 없는지도 면밀히 검토해보시길 바랍니다.

김양흔 서울 양천구 신월7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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