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시사주간지가 아이쿱생협의 조합원 차입금을 ‘유사수신행위’라고 단정했다. 협동조합의 자금 문제를 다루면서 협동조합 자체를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 이 기사는 우리 조합원들의 커다란 분노를 샀다.
아이쿱생협은 23만명의 소비자 조합원이 동등하게 소유하며 지역조합과 연합회의 중대 사안을 결정할 때는 조합원 대의원과 회원조합이 ‘1인1표’의 의결권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이다. 조합원의 사업체인 만큼 스스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협동조합의 기본이다.
우리 아이쿱생협은 지난 17년 동안 조합원들의 힘으로 우리밀 자급률 향상, 국내 친환경 유기농산물 시장 확대, 공정무역 보급, 안전하고 맛있는 먹거리 개발, 지역 발전과 고용 창출, 환경친화형 6차 산업화 모델 개척(구례자연드림파크, 괴산자연드림파크) 등 혁혁한 이정표들을 세웠다고 자부한다. 모두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대기업이 외면하거나 발상조차 못했던 일들이다. 인프라 구축부터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사업들이었지만 생협은 현행 법제도의 한계로 기업 대출조차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비영리법인 취급을 받고 금융기관은 조합원 출자금을 자본이 아니라 부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산물이 바로 ‘차입금 기금’이라는 생협 내부의 자금조달 방식이었다. 생협의 주인인 조합원들이 직접 주머니를 열었던 것이다.
이런 사정은 한국 생협이 따라 배운 일본 생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생협 매장 개설, 신규 병원 개설, 생협이 시도하는 새로운 재생에너지 사업에 들어가는 자금을 조합원의 출자와 차입으로 모집해온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생활클럽생협은 지역주민 중 빈곤세대를 위한 생활자금 대부사업을 위해 조합원 차입금을 모집했는데 조합원 신청이 쇄도하여 차입금 약정자를 선별하기도 했다. 조합원의 여유자금을 생협 사업을 위한 사업자금으로 예치 운용하는 사례(기노쿠니의료생협)도 있으나 일본 언론에서 이를 문제시하는 경우를 필자는 보지 못했다. 협동조합 사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유럽에서는 조합원 채권 제도까지 운용되고 있다.
아이쿱생협의 조합원 차입금은, 생협의 소유자인 조합원이 사업목표에 찬성해 그 자금을 직접 융통하는 협동조합의 독특한 자금조달 방식이다. 이용실적이 없는 조합원은 가입할 수도 없으며, 당사자들에게 차입금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고, 필요한 경우에만 모집한다는 점에서도 차입금 모집 그 자체가 목적도 아니다. 사금융을 업으로 삼아 소비자 피해를 일으키는 사례를 규제하려는 ‘유사수신행위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김형미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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