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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지구촌의 개발 청사진과 새마을운동 / 조태열

등록 2015-10-05 18:54

한국은 이제 전세계 150여 개발도상국에 희망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국민소득 100달러 미만의 최빈국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30-50클럽(소득 3만달러, 인구 5천만명 이상 국가) 가입을 눈앞에 둘 만큼 급성장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견국 한국에 이처럼 소중한 외교적 자산은 없다. 국가경제력은 경성권력(hard power)이지만 경제성장의 비결은 연성권력(soft power)에 해당한다. 함께 나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 개도국들이 나눔을 원하고 있기에 더욱 확산될 수 있는 매력적인 권력이다.

지난주 유엔 총회에서 한국은 그 매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 백미는 유엔개발정상회의에서였다. 향후 15년간 지구촌 공동번영의 청사진이 될 ‘2030 지속가능개발의제’를 채택하는 자리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각별했다. 국제사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에 주목했던 것은 한국이 걸어온 길이 그 모든 목표의 실현가능성을 입증하는 살아있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농촌개발은 그중에서도 두드러지는 성공사례다. 1960년대 산업화의 혜택에서 소외된 우리 농촌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 도입 이래 9년간 연평균 소득이 21% 증가했고 일부 지역은 도시소득을 능가했다. 이는 세계 농촌개발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성공신화다. 오늘날 전세계 빈곤층의 75% 이상이 거주하는 농촌의 개발 문제가 ‘2030 지속가능개발의제’의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새마을운동이 국제적 조명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던 7개 정상급 행사 가운데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는 이와 같은 국제사회의 기대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개발계획(UNDP)이 적극 나서서 마련된 것이었다. 오이시디는 농촌개발전략의 모델인 새마을운동의 성공 요인과 시사점을 분석하여 21세기 개도국 농촌개발에 적용할 보편적 요소를 추출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하에 지난 2년간 우리 정부와 함께 이를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번 행사는 그 결과물인 신농촌개발 패러다임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페루, 르완다, 베트남, 라오스 정상들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오이시디, 유엔개발계획,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수장들은 모두 ‘2030 지속가능개발의제’의 맥락에서 새마을운동이 갖는 함의와 역할에 대한 기대감과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행사가 새마을운동의 일방적 주입이나 우리 경험의 국제적 미화를 위한 행사였다면 이처럼 광범한 국제사회의 지지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2030 지속가능개발의제’의 출범은 우리에게 무궁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유엔이 정한 17개 지속가능개발목표에는 농촌개발이나 교육 분야처럼 우리의 경험을 활용하여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성숙한 세계시민 의식이다. 우리가 피땀 흘려 쌓은 성장의 경험을 지구촌 빈곤퇴치와 공동번영을 위해 기꺼이 나누겠다는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질 때 한국은 진정 150여 개도국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중견국 한국의 개발원조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조태열 외교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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