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 ‘청년’이 정책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서울시가 청년활동수당제를 도입해 매달 50만원씩 지원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간 뒤부터다.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행하면서 청년일자리 창출을 명목으로 내걸었을 때 뜨거운 논쟁이 일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거센 포퓰리즘 논란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있는가 하면, 성인들도 직장을 잃으면 실업급여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고 있는 마당에 취업난에 신음하는 청년들에게 지원되는 수당을 폭넓은 시선과 아량으로 보자는 주장도 있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들여다보자. 우선 서울시가 이번에 새롭게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대상은 현재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육이나 훈련 과정에 속해 있지도 않은 이른바 니트(NEET)라고 불리는 청년들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식 실업자는 34만명 정도에 머무르지만 청년 니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4%포인트 높은 17~18% 전후로 그 규모가 160만명을 웃돈다. 이들은 다른 청년들에 비해 “외향성, 친화성, 개방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정서 불안정성은 높고 자존감은 낮은” 상태에 있다는 패널 조사 결과도 있다. 서울시는 이 청년들 가운데 일정 소득분위 이하를 대상으로 6~8개월 동안 매달 50만원을 ‘청년활동비’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이미 5만여명의 청년에게 청년활동수당을 매달 60만원씩 주는 것을 비롯해 유럽연합 차원의 ‘청년보장제’(Youth Guarantee)나 일본의 ‘청년 서포트 스테이션’ 등이 유사 정책으로 시행중이다. 더욱이 니트 청년을 포함해 사회제도 틀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청년들이 서울시에서도 대략 50만명에 이른다는 통계를 고려하면, 서울시가 청년활동비로 지원하겠다는 3천명 정도의 규모는 시범사업 수준이라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우려할 만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식상한 포퓰리즘 논란이 아니라 서울시가 던지고 있는 ‘정책 방향 전환’이다.
냉정하게 돌이켜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88만원 세대, 삼포 세대, 달관 세대 등 청년의 상태에 대해 이런저런 이름 짓기는 많았지만, 막상 정책적 차원에서 어떤 접근을 해야 하고, 어떤 방안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검토와 실험이 많지 않았다. 심지어 아동청소년 정책이라는 범주 안에 뭉뚱그려져 있던 청년 정책이 독립적인 정책으로 자리잡은 것도 최근 일이고, 그마저도 일자리 문제로 국한되었다. 또한 청년들은 그간 다른 계층이나 세대와 달리 생활지원수당이나 실업수당, 연금 등 모든 사회복지에서 제외되어 형평성 관점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준비중인 ‘청년활동보장제’는 단순히 일자리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청년 정책에 접근하고 있고, 니트 청년처럼 사회제도권 밖에까지 정책의 시야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과감한 발상이다. 교육도 일도 훈련도 받지 않고 사회와 제도권 밖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지면서 기회, 관계, 경험, 참여 등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회 밖의 청년’들을 사회가 제도 안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의무를 공적 기관이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경기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일자리 약속 남발에 청년 정책을 가둬둘 필요가 없다. 교육과 훈련은 물론이고 커뮤니티 활동 등에 참여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적 연계망 속에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기회를 확대해줘야 한다. 물론 활동수당을 받는 청년도 사회활동 참여 의무를 약속하고 이행한다. 여기에는 통상적인 구직활동뿐 아니라 교육이나 훈련 참여, 다양한 커뮤니티 참여를 포함해 포괄적인 사회활동 경험이 모두 수용된다. 보려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사회경계 밖까지 밀려난 청년들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이들 모두를 아우를 정책 설계를 다시 할 때다.
김병권 ㈔사회혁신공간 데어 상임이사
김병권 ㈔사회혁신공간 데어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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