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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쌍자음 늘려 외국어 표기 정확히 하자 / 류상태

등록 2015-10-21 18:44

kimyh@hani.co.kr
kimyh@hani.co.kr
나는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다. 지금은 종교작가지만 중고등학교에서 20년간 청소년을 지도한 교육자이기도 했다. 하루에도 몇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우리글을 쓰는 일이 많았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시간을 우리글 쓰기에 할애할 수밖에 없다. 하여 작가로서 또한 전직 교육자로서 우리 한글에 대해 느껴온 문제와 더 나은 활용 방안에 대해 한글학회와 우리 사회에 제안하고 싶다.

한류의 확산과 더불어 한글을 배우고 싶어하는 세계의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찬사가 지구마을 전체로 확산되고 있어 가슴 뿌듯하다. 거의 모든 발음을 비교적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의 우수성은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입증되었다.

한국인은 거의 모든 알파벳을 한글로 표기하고 발음할 수 있다. 하지만 한글로 표기하기 어려운 발음도 존재한다. 내가 교직에 있을 때 느낀 바로는, 학생들이 가장 발음을 잘못하는 알파벳이 ‘엘’(L)과 ‘아르’(R) 그리고 ‘에프’(F)였다. 영어의 L과 R는 한글로 구별하여 표기하기 어렵고, F 발음도 지금의 한글체계로는 정확히 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글이 갖고 있는 자음의 병기, 즉 쌍자음의 확대 사용으로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는 세 종류의 경차가 생산되는데, 그중 하나가 ‘레이’(RAY)라는 이름의 박스형 경차다. 이 차의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는 사람보다 ‘LAY’로 발음하는 사람이 더 많다. L과 R를 한글로 구별하여 표기할 수 없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쌍자음 ‘ㄹㄹ’을 사용한다면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LAY’는 ‘ㄹ레이’로, ‘RAY’는 ‘레이’로 쓰고 발음하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글에 ‘쌍리을’이 존재하지 않기에 ‘ㄹ레이’라고 어색하게 표기할 수밖에 없지만 만일 우리 사회가 ‘쌍리을’을 사용하기로 합의하면 ‘ㄲ’이나 ‘ㄸ’처럼 자연스럽게 표기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정확하게 L과 R를 구별하여 발음하게 될 것이다.

F 발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격려할 때마다 우리가 힘주어 외치는 ‘fighting’이라는 단어의 경우, 한글로 표기할 때는 대부분 ‘파이팅’으로 표기한다. 가끔 ‘화이팅’이라고 표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둘 중 어느 것도 fighting의 발음을 정확히 표기한 것이 아니다. 이 발음을 정확히 표현하려면 ‘ㅎ’을 쌍자음으로 표기하면 된다. ‘ㅎ화이팅’이라고 말이다.

한글로 모든 알파벳을 완벽하게 표기할 수는 없다. ‘비’(b)와 ‘브이’(v)의 차이, ‘지’(g)와 ‘제트’(z)의 표기도 한글로 정확히 구별하기는 쉽지 않고(그래도 ‘비’와 ‘뷔’, ‘지’와 ‘쥐’로 어느 정도는 구별하여 표기할 수 있다) ‘더블유’(w)나 ‘엑스’(x)도 한글로 표기하기에 쉽지 않은 자음들이다. 하지만 앞서 예를 든 자음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쌍자음을 확대 적용하기만 하면 명확히 구분하여 표기할 수 있다. 한글학자들과 우리 사회의 합의만 모아지면 당장이라도 쉽고 명확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여 나는 쌍자음 ‘ㄹㄹ’과 ‘ㅎㅎ’을 지금의 한글 자음체계에 덧붙여 사용할 것을 한글학회와 우리 사회에 정식으로 건의한다. 이미 완성된 언어체계에 손을 대는 건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사회의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번 뜻을 모아 실행하면 후대에 큰 편리를 가져다주게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에게는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글학회와 우리 사회에 연구와 검토를 제안하는 이유다.

류상태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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