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무엇입니까.
대학은 미래의 주체인 청년들이 보다 전문적이고 깊은 학문을 연구하기 위한 고등교육의 공간입니다. 그들이 다양한 시각을 접하고 넓은 양식을 쌓으며 가치관과 소신을 만들어가는 장소입니다. 대학은 그 누구보다 청년들, 바로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입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50회 전국여성대회’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약 20명의 이화여대 학생은 학교 내에서 박 대통령의 학교 방문을 거부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부터 노동시장 유연화, 역사교사서 국정화 추진에서 드러난 대통령의 국민과의 소통 없는 정치행보에 국민이자 이화여대 학생의 신분으로 목소리를 낸 것입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자신의 학교 방문에 대한 반발을 예상한 듯 대규모 사복경찰을 미리 대기시켰고, 학생들이 목소리를 강하게 내자 여지없이 경찰들을 동원해 대강당으로 가는 길을 모두 봉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더욱 반발했고 이를 막아서는 경찰들과의 마찰 과정에서 학생들이 신체적 상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웃기지 않습니까. 손님의 신분으로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학교의 주체인 학생들을 물리력으로 저지했습니다. 학교를 방문한 자가 학교의 사람을 내쫓은 것입니다. 박 대통령의 행보에는 방문하는 공간에 대한 예절과 그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초적인 예의는 온데간데없고 대신 경찰력이 동원되었습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처사는 권력에서 나온 지기(志氣)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여성의 권리에 관한 대회에 참석하면서 그곳의 여성들을 밀어냈습니다. 강당에 서서 여성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임을 운운했던 박 대통령은 한편에서 여성을 힘으로 탄압하고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대통령에게 50주년 전국여성대회가 굳이 이화여대에서 개최된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화학교는 최초의 여자대학교로서 여성 교육과 여성의 국가 경쟁력, 나아가 여성의 존엄에 관한 책임과 그에 대한 역량을 지닌 공간이라는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자신의 방문 과정에 이번 여성대회의 상징적 의미로서, 그리고 공간의 주체로서의 여성 학생들을 피해다니고 내쫓았습니다. 결국 그곳에서 논의된 여성권은 다 말장난이었던 것입니다.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화여대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행한 행위는 분명 잘못되었습니다. 대통령은 정치적 이념 차이와 상관없이 이번 잘못에 대해서 반드시 뉘우쳐야 합니다. 아무런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어떠한 사과의 뜻도 내비치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를 운영하는 자로서 실질적인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최인영 서울 동대문구 이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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