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주관하는 ‘식품 방사능 안전관리 교육’ 강의를 찾은 적이 있다. 전국을 순회하며 소비자에게 방사능 교육을 하려는 목적으로 ‘방사능과 방사선에 대한 올바른 이해’ ‘식품 중 방사능 안전성 평가’ ‘국내 유통식품 방사능 안전관리 현황’ 세 부문에 세 명의 전문가가 배치된 강의였다.
우선, 수많은 식품방사능 강의와 책, 국제 추세 등을 보고 들어온 필자로서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메시스 이론(저선량은 이롭고 미량의 방사능은 먹어도 된다는 내용) 강의였다. 이 이론은 이미 국제적으로 사이비 이론이라고 정평이 나 있는, 원전 찬성론 가운데서도 극히 일부가 주장하는 이론이다.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반핵주의자들은 방사능의 건강 영향에 과장적이다” “전문가에게 맡겨라” “예민하게 살 필요가 없다” “방사능이 나왔다고 집을 팔고 이사 갈 수 있느냐” 하는 불편한 발언을 내내 들어야 했다. 필자가 그동안 방사능 안전활동을 하며 원자력안전기술원, 정부 관련 부처 등에서 무수히 들어왔던 말과도 너무 비슷했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똑같은 강사, 비슷한 내용의 교육을 하고 있는 것에 놀라서 식약처 담당 부서에 항의했다. 호메시스 이론은 이번 교육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내용은 조금 달라졌더라도, 강연자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터다. 국민의 식품안전을 책임지는 정부기관이라면서 강연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는가.
지난해 12월 정부가 ‘일본 방사능 안전관리 민간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했지만, 호메시스 이론을 주로 얘기하는 대학교수가 위원장이 되었다. 필자는 여러 번 식약처에 관련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회의 내용을 공개하고 있는지, 회의 자료는 있는지를 물었다. 식약처 담당자는 매번 전화기 너머로 “회의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는 말만 해왔다.
식약처에서 발표한 국내산 녹차의 방사능 검출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한 적이 있다. 산지의 혼란이 예상된다며 녹차의 원산지 공개를 거부했다. 국민의 알권리는 무시하고, 소비자보다 생산자 입장을 우선시하는 모습과 비밀주의, 국민 건강은 뒷전인 모습이 매우 씁쓸하다.
지난해 식품 방사능 안전관리 교육의 마지막 강연자였던 식약처 관련자는 열심히 하고 있으니 믿어달라고 했다. 이런 이상한 행태를 보고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교육으로는 신뢰는커녕, 원전을 편들기 위한 교육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유럽방사선리스크연구회(ECRR)의 크리스토퍼 버즈비 의장이 월성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갑상선암 발생에 대한 법정 증언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와서 강연한 일이 있다. 저선량 피폭에도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국제 논문이 여러 편 나와 있고, 과학적인 근거와 이론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아직 저선량 피폭에 대한 확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사람이 죽고 나서, 이미 건강을 잃은 뒤에 저선량은 위험했다고 한들 사태를 되돌릴 수 없다. 식약처는 ‘사전예방의 원칙’을 최우선으로 삼아 국민 건강 문제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전선경 서울방사능안전급식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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