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태 기자는 ‘담배를 문 나는 유령이다’ 기사(14일치)에서 흡연자를 지나치게 내모는 금연정책을 비판하고, 시민의 사적 영역과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불편함과 거북함을 이야기했다. 필자도 공감하면서 몇 가지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다.
정 기자는 올해 초 담뱃값을 올리면서 정부가 ‘흡연율 34% 감소가 예상된다고 주장했지만 잠깐 주춤했던 담배 판매량이 지난 7월 예전 수준으로 돌아갔으며, 담뱃값을 올려 흡연자를 줄이겠다는 발상은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담뱃값과 흡연율에 관한 가장 정확한 자료는 기획재정부의 담배 반출량 자료다. 지난해 1~7월 담배 반출량은 24.4억갑이었고, 담뱃값이 인상된 올해 같은 기간 담배 반출량은 16.5억갑이었다. 1년 사이에 32.4%가 감소했다. ‘반짝 금연효과’라고만 볼 수도 없다. 지난해 7월 담배 반출량은 4.3억갑이었는데 올해 7월은 3.4억갑으로, 21%가 감소했다. 8월 자료를 보면, 지난해 4억갑에서 올해 2.9억갑(27.5%) 줄었다. 단기간에 이렇게 큰 효과를 거둔 금연정책 사례는 없다.
또 정 기자는 ‘정부가 담배팔이로 세수를 얻으면서 금연홍보비로 300억원 가까운 혈세를 뿌려대는 건 비논리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금연 홍보를 통해 자라나는 세대에게 담배를 피우지 않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힘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청소년이 흡연을 시작하면 그 시기에 담배를 끊을 확률은 1%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흡연 예방교육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정 기자는 ‘흡연을 질병이라고까지 선언한 정부가 그 질병을 내버려두는 건 직무유기에다 헌법이 규정한 시민보호 의무를 저버린 행위이므로 금연운동단체들은 흡연자가 아니라 정부를 고발하라’고 조언했다. 올바른 지적이다. 박재갑 전 국립암센터 원장 등 9명은 담배사업법이 헌법에 보장된 생명권, 보건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2012년 위헌 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나, 아쉽게도 올 4월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에는 활동 목적에 궁극적으로 담배는 제조 및 판매가 금지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1000만명이 넘는 흡연자들의 담배 사용을 일시에 중지시키는 건 쉽지 않다. 흡연자가 전체 성인의 10% 이하로 떨어지면 제조·매매를 금지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다.
끝으로 금연운동이 흡연자를 배척하고 미워하는 운동이라고 오해하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금연운동가들은 흡연이 해롭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필자도 10여년 담배를 피우다가 전공의 시절 해로움을 깨닫고 금연했다. 필자가 금연운동을 하는 유일한 이유는 내가 금연한 것처럼 다른 흡연자들이 함께 금연하고 건강하게 살자는 것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의사,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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