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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리본의 매듭이 완성될 때까지 / 안효원

등록 2015-11-18 18:58

600일. 그로부터 6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벌써 두번째 겨울이 돌아왔다.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을까. 아니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노력은 했을까? 이제는 정부가 세월호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는 의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부는 세월호를 인양하겠다고 약속해놓고는 유가족들에게 자세한 설명과 알권리조차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는다. 혹시 수중수색 때처럼 시간을 끌어서 유가족들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이제 내가 안산 출신이라고 하면 듣는 질문들이 있는데 ‘거긴 아직도 그러냐’ 또는 ‘이제 작작 좀 해라’다. 아니 해결된 것이 없는데 대체 뭘 그만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600일이 지난 지금도 거리에서 서명을 받으러 다니는 부모님들이 계시고 진상규명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그만할 수가 있을까.

처음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국민들 전체가 안타까워서 눈물을 흘리고 절대로 잊지 말자며 서로 위로했다. 하지만 지금은 유가족들에게 너무도 심한 말들을 하고 따뜻한 눈길도 주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된 이유에는 유가족들의 책임이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유가족들을 이런 식으로 변하게 한 데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조금만 더 일찍 구조를 했거나 인양을 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아무리 슬퍼도 시간이 지나면 잊기 마련이다. 하지만 잊을 때 잊더라도 끝맺음은 반드시 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 1년이 다 되고 나서야 인양에 대한 말을 했다. 또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인양을 하지 말자는 안건도 제시되었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문제를 회피하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서 계속 덮어둔다면 언젠가 이런 일이 또다시 생길 것이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배 침몰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걸 보면 세월호는 시발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냥 어물쩍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언젠가는 더 큰 사고로 다가올 것이다.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인양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유가족들에게 통지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며 인양이 된 뒤에는 국민들 앞에서 침몰 원인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더 이상 세월호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사건을 매듭짓지 않으면 다음번 희생자는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안효원 경기도 평택시 서동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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