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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바르게 먹어야 농촌이 산다 / 정해랑

등록 2015-11-23 18:58수정 2015-11-24 17:11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인류의 먹거리’를 주제로 밀라노 엑스포가 열렸다. 엑스포 기간 중에 세계 100여개 도시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먹거리 정책”을 펼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왜 세계의 중요한 도시들이 좋은 먹거리 정책을 약속했을까?

굶는 사람이 없어졌으므로 먹는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암, 당뇨, 고혈압, 심장병 등 먹는 것에 관련된 질병이 만연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잘못 먹어서 죽는다. 특히 소득과 학력이 낮을수록 먹는 것과 관련한 질병 발생률이 높다.

농업도 큰 문제다. 대기업은 값싼 농산물을 외국에서 들여와 대형 유통망을 통해 판매한다. 국내 농산물은 가격 경쟁력을 잃고 동네 가게와 전통시장의 일자리는 줄어든다. 농가의 소득은 점점 줄어들고 부채만 늘어간다. 영세농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많이 생산하는 것에 중점을 둔 생산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자원을 고갈시키고 환경을 오염시켜 결국은 더 이상 먹거리를 생산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와 농업은 먹는 것을 통하여 서로 연결되어 있다. 먹거리 사슬 속에는 농민, 도매업자, 소매업자, 소비자 등이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 모두는 이 중 하나다. 우리나라 인구 중 90%는 도시에 산다. 도시가 바르게 먹으면 먹거리 사슬 전체가 바뀔 수 있다.

바르게 먹는다는 것은 모두가 건강하고 영양 잡힌, 그리고 지속가능한 식사를 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식사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건강을 지키는 식사다. 지역 농산물을 이용하고 직거래를 통해 먹거리 마일리지를 줄여야 한다. 먹거리가 투명해지고 안전해지고 좋은 일자리도 생긴다. 밥을 주식으로 채소와 생선을 많이 먹는 우리의 전통적 식생활은 지속가능한 식사에 가깝다. 다만 싱겁게 먹고 밥에 잡곡이나 콩을 섞어 먹는 등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

그동안 바른 먹거리 활동은 주로 민간에서 추진해 왔는데, 최근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제2차 국가 식생활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채소·과일 많이 먹기, 아침밥 먹기 등 ‘바른 밥상 밝은 100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전주시는 올여름 푸드플랜을 발표하였고, 서울시도 민과 관이 함께하는 ‘식(食) 거버넌스’를 구성해 종합 먹거리 계획을 수립 중이다. 서울시, 대구시와 여수시는 밀라노 도시 먹거리 정책 협약에 참여하였다.

도시의 소비자가 자신과 가족을 위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사를 생각할 때 자신의 건강도 지키고 농촌도 살릴 수 있다. 오늘 나의 밥상을 한번 더 살펴보자. 채소와 과일은 충분한가, 종류는 다양한가, 짜지 않은가, 가능한 한 지역 농산물인가. 나와 우리 아이의 건강을 지키고 농촌을 살리는 일은 아주 가까운 데 있다. 나부터 바르게 먹는 것이다.

정해랑 식생활교육관악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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