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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진짜 부족한 건 물이 아니다 / 김은경

등록 2015-11-23 18:58

충청남도의 가뭄을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물 부족 국가라며 댐을 짓고 보를 막는 일이 몇십년째이고, 들인 예산이 몇십조원인데 왜 아직도 가물어서 물이 부족하다는 것일까? 4대강 사업이 지역의 물 이용에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과 4대강 사업을 지천까지 확대하고 댐도 계속 지어야 하는데 반대 때문에 못 해서 그렇다는 주장이 부딪치고 있다. 진실은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으로 짚어봐야 할 것은 수자원의 원천인 빗물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가이다. 실제 충남에서는 내린 빗물의 26% 정도만 활용하고 있는데, 7% 정도가 하천 유지용수로, 19%가 용수로 쓰인다. 결국 강수량이 문제가 아니라 빗물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인데, 이것은 빗물을 가능한 한 빠르게 바다로 유출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치수 정책이 우선시돼온 결과다.

그렇다면 물을 모으고 이용하는 과정은 어떤가? 충남도는 수돗물의 90% 이상을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댐에서 공급받는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보령댐은 당진, 서산, 태안, 보령, 홍성, 예산, 서천, 청양 등 8개 시·군에 물을 공급한다. 보령댐이 건설된 뒤 하천수, 하천 복류수, 호소수, 지하수 등을 이용하던 지방상수도 시설을 폐쇄하고 보령댐에 의존하고 있다. 수자원 관리가 댐으로 획일화되어 지역의 수자원이 낭비되고, 위기에 대응하기가 오히려 어려워진 것이다.

보령댐의 물이 부족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당진, 태안, 보령, 서천은 모두 화력발전소가 위치한 곳으로 이 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물은 보령댐에서 공급되는 물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화력발전소들이 모두 운영되면 이 비율은 30%가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물이 산업의 입지 선정에 필요한 조건으로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물을 무제한 공급할 수 있다는 공급 위주 정책의 결과다.

댐 물을 이용하는 광역상수도 의존율(85%)이 전국 최고인 충남의 심각한 가뭄 피해는 댐을 건설해야 가뭄에 대비할 수 있다는 오랜 주장이 틀렸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광역상수도 관망을 건설하는 사업 자체가 중복투자였지만, 더 심각한 것은 사용하던 지방상수도 시설을 폐쇄했다는 점이다. 지방상수도의 부족분만 광역상수도로 공급해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수자원공사가 상수원보호지역을 해제해 개발하도록 부추기면서 지방상수도 물량 전체를 광역상수원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한 탓이다. 지방상수도 투자 및 관리를 담당하고 있으면서 지방상수도 시설을 폐쇄하고 상수원보호지역을 풀어주며 맞장구를 친 환경부의 행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의 실패를 전혀 성찰하지 못하고 더 많은 댐을 짓고, 더 많은 지천에 손을 대겠다는 주장은 수렁에 빠진 상태에서 더 깊은 구덩이를 파야 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수자원공사가 계획하는 수계 간의 물 교환, 물 고속도로 건설, 수도관 복선화 등 끝없는 토목사업은 막대한 국고가 들어가고 물값 인상에 따라 지역주민의 부담을 늘릴 뿐 아니라, 실제 가뭄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다. 이제 국가 수자원 관리의 정책을 수자원공사 사업 계획과 분리해야 한다. 물의 지속가능한 관리는 빗물이 흐르고 고이는 유역을 전체로 보전하고, 물의 오염을 사전에 예방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나아가 물을 이익 추구의 대상으로 삼지 못하도록 하고, 주민들이 동의하고 참여하는 물 관리 계획을 만드는 것이 가뭄이나 홍수에 근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다.

김은경 지속가능성센터 지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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