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 스물아홉살. 올해가 지나면 서른이 되겠네. (너무 싫다!!!) 서른이 되면 뭔가 조금 나아진 삶, 내 앞길이 보이는 삶일 줄 알았는데 나는 아직 먼 것 같아. 넌 잘 살고 있니?
난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 다녀왔어. 10만명이라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왔고, 온통 차벽에 막혔고, 캡사이신 때문에 광화문 일대 공기가 너무 매워서 끔찍했어. 그리고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한 농민이 쓰러지셨고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계셔. 너도 그걸 보고 페이스북에 ‘헬조선이다. 우리나라 노답이다’라며 분노의 글을 올렸더라.
그런데 같은 날 프랑스에서 테러로 사람들이 죽었고, 내 페북 타임라인의 많은 사람들이 프사(프로필 사진)를 프랑스 국기로 바꿨더라구. 너의 프사에도 프랑스 국기가 달렸더라. 너는 물대포를 맞은 농민을 보면서 헬조선에 분노하고, 이 현실은 안 바뀔 거라며 포기하고 가만히 있었지. 그런데 프랑스 테러를 보고 네가 바로 프사를 바꾼 것을 보면서 기분이 이상했어. 먼 나라의 일에 작지만 그래도 행동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 일어난 일에는 노답이라 했던 모습에 고민이 되더라.
그래서 너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혹시 너는 정부와 정치인들이 우리에게 가하는 일상의 폭력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니?
청년 일자리 만든다면서 비정규직 기간 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말하는 정부,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국민들에게 ‘종북’이라고 막말하는 정치인, 선거 때마다 공약을 내놓지만 지키지 않는 정치인, 비리를 저질러도 다시 당선되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정말 암 걸릴 것만 같지. 나는 이런 게 우리도 모르게 가해진 일상적 폭력이라 생각해. 네가 말한 대로 정말 노답이지. 정말 오랫동안 해결되는 것도 없으니 너의 감정이 이해돼. 하지만 그렇게 포기한 순간 우리는 영원히 헬조선에 살 수밖에 없는 거 아닐까? 나는 진짜 이민 갈 돈도 없어서 곧 죽어도 이 나라에서 살아야 해. 그렇다고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 우리는 아직 청춘이 많이 남았는데 말야!
너무 끔찍하게도, 우리가 포기한다면 웃는 사람들은 헬조선을 만드는 장본인들일 거야. 그러면 우리는 더 심한 헬조선에서 살게 되겠지? 그래서 정말 중요한 것은 정치라고 생각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라난 우리들이 정치인을 심판할 수 있는 가장 평화적이고, 절대적이고, 확실한 무기는 내가 가진 표라는 것을 폭력을 저지르는 저들도 알고 우리도 알고 있잖아. 내년 4월에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어. 우리가 헬조선이라며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자. 친구야, 내가 민중총궐기에 나간 것은 희망이 있어서가 아니라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였어. 함께하자. 나의 이 바람이 너에게 반드시 닿았기를 간절히 바라. 우리 포기하지 말자!
이소영 서울 노원구 상계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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