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4726명 가운데 자동차에 의한 보행사고 사망자가 1843명(38.7%)을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6.5%)의 2.3배에 이르는 심각한 수준이다(2012년 기준). 운전하기 편한 환경보다 걷기 좋고 안전한 환경으로 하루빨리 교통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9조 ‘자동차 등의 속도’ 조항을 보면, 제한속도를 일반도로(고속도로 및 자동차전용도로 외의 모든 도로)에서는 시속 60㎞ 이내로, 다만 편도 2차로 이상에서는 시속 80㎞ 이내로 일괄 규정하고 있다. 편도 2차로 이상인 시내 도로라면 시속 80㎞ 이내로만 제한속도를 설정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도로 종류 또는 구간별로 제한속도를 달리 설정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시속 60㎞이고, 이보다 더 높은 경우도 있다.
오이시디나 유럽연합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도시화 지역 내 모든 도로의 속도를 시속 50㎞ 이하로 규제하며, 일정 구역에서는 3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면적으로 시내 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낮추고, 도로 주변에 보행유발시설이 없는 구간에서만 60㎞ 이상 속도를 허용할 때가 되었다. 대부분 60㎞ 이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도와 지방도도 마을이나 도시를 통과할 때는 50㎞ 이하로 규제해야 한다.
이렇게 제한속도를 낮추면 어린이보호구역 등 교통약자보호구역의 실효성도 높일 수 있다. 60㎞ 이상으로 주행하다가 어린이보호구역을 만나면 대부분의 운전자는 30㎞의 제한속도 규정을 위반하게 된다. 속도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속도 격차가 줄어들면 운전자들이 교통약자보호구역에서 제한속도를 지키기가 쉬워진다.
과속단속카메라의 설치 위치도 바꿀 필요가 있다. 도로 구간에 설치된 카메라는 대개 과속하기 좋은 위치에 설치돼 있다. 물론 과속 자체가 가져오는 사고 위험성도 있다. 그런데 도로구간에 있는 횡단보도에 카메라를 설치하면 어떨까. 스위스 취리히시에서는 교차로는 물론 횡단보도 신호등에도 과속단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횡단 중 보행사고가 심각한 우리의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참고해봐야 한다. 도시화 지역 및 구간의 제한속도를 50㎞로 낮추고, 이 규정이 더욱 철저히 지켜져야 하는 횡단보도에 과속단속카메라가 설치되기를 기대한다.
심재익 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본부 연구위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