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자연을 다루는 자연과학에 대립되는 영역으로, 인간의 가치 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한다. 넓은 범위의 학문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그중 학교교육에서 언어, 문학, 역사, 철학을 다루는 과목이 인문학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인문학은 그리스와 로마를 지나 중세와 근세에 다다르면서 교육의 근간이 되는 학문이었다. 최근에 도서관을 방문하거나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면 추천 도서나 베스트셀러로 인문학 관련 책이 배치되어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은 조금씩 잠식당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경제와 기술의 발전에 혈안이 되어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좇고 있다. 대학 입시를 고민하는 일부 수험생들은 취업을 걱정해 자신의 성향과는 맞지 않는 자연·공학 계열을 앞에 두고 머리를 쥐어짜느라 국어나 역사, 윤리 과목에 힘을 쏟아야 하는 시간을 아까워하기도 한다. 문과생은 졸업하자마자 치킨집을 창업하고 이과생은 취직해서 과로에 시달리다가 치킨집을 열기 때문에 문과생이 성공한 인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결코 웃어넘길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인문학이 죽어가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도 인문학을 다시 부상시키려는 노력은 곳곳에 존재한다. 이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아직 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학교교육에서 인문학의 입지를 다시 키워야 할 때임을 알려주고 있다. 인문학은 생활 저변에서 표면까지 우리의 삶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탐구 대상이다. 첨단의 끝을 달리는 어떠한 기술이 발명되더라도 그 기술을 다루는 사람에게 인문학적 소양이 없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의미를 가지지 못하며, 오히려 기술에 의해 인간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곧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 시행된다. 이에 맞추어 학교교육은 언어와 문학, 역사와 철학을 대상으로 삼는 과목에 초점을 두고 학생들의 인성과 교양의 신장을 꾀해야 한다. 성인이 되기 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긴 시간을 보내는 학교는 청소년의 의식 형성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교사는 다른 교과와의 연계를 활발히 모색해 학생이 인문학에 근거해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사고를 형성하도록 도와야 한다. 학생들도 스스로 좀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인문학을 대하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대학 또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인문학에 접근하려고 애쓰는 학생들이 주위에 많은데, 그런 접근 태도는 이과적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기를 보내는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적 기반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인간상을 구축해나가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김단일 광주광역시 북구 두암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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