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언론의 보수-진보 구도 설정이 가리는 것들 / 이영준

등록 2015-12-21 18:45

평소 특정한 사건에 대한 우리나라 언론들의 보도를 살펴보면 대체로 사안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보수와 진보의 대립 구도로 규정하고 해석하는 모습들이 자주 나타난다. 예를 들어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를 비롯한 다수의 국가기관이 조직적이고 불법적으로 대선에 개입해 특정 후보의 지지를 유도했음이 명백하게 드러난 18대 대선 개입 사건이 있었고, 2014년에는 안산 단원고 학생과 일반인을 포함하여 304명이 사망·실종된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올해는 점진적인 변화를 거쳐 4년 전에 검정제로 전환되었던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다시 국정제로 회귀시키려는 대통령의 독단적인 결정에 의해 촉발된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있다.

이런 사건들에서 드러나는 기본적인 사실은 모두 다르지만, 대다수의 언론들이 보수-진보의 이념 차이에 따른 단순한 갈등으로 축소·왜곡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다는 점에서는 매우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실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하는 시민들의 집회와 시위 등을 가리켜 진보 성향의 단체들이 조직한 것이라고 말하고, 또 어버이연합·엄마부대·고엽제전우회·자유총연맹과 같은 관변단체들에 의해 진행되는 대조적 내용의 집회를 보수단체들의 결집으로 표현함으로써 마치 각 진영이 자신의 의사를 개진함으로써 특정한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한 다툼을 벌이는 것으로 몰아간다.

그런 구도의 설정은 세월호 참사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건을 다룰 때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모든 국민의 여론이 양쪽으로 나누어지게 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보수-진보라는 프레임 속에 갇히게 하는 언론 보도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어떤 사건을 접했을 때 발생하는 다양한 여론에 대해 철저한 양비론으로 일관함으로써 명확하게 알려져야 하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더 나아가서 대중들로 하여금 막연한 정치 혐오를 가지게 한다는 것이다. 둘째, 지역, 성별, 연령, 소득 수준, 직업 등에 따라서 상반되는 반응들이 제기되어 결과적으로 서로를 반목하고 비난하는 내부적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이 선행되어야 하는 사회의 수많은 구조적 모순들이 주목받지 못하고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므로 언제나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점들이 없어지려면 원론적인 측면에서는 결국 언론이 객관적인 사실 전달과 권력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 및 견제라는 본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실제적인 측면에서는 앞으로 대안적 성격을 가진 비영리 매체들의 설립과 운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기존 언론들로 하여금 누구나 신뢰하고 인정할 수 있는 모습으로 재편되도록 해야 한다.

이영준 전남 장흥군 관산읍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