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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노동 대가와 교화, 상관관계를 묻는다 / 신병철

등록 2015-12-23 18:54

흔한 일이건만, 어느 순간 깊은 회의감이 밀려왔다. ‘작업장려금’이라고 적힌 문서에 서명을 했기 때문일까. 게다가 하루 13시간씩 노동을 하고 받은 한 달 작업장려금이 13만5천원? 여러가지 감정들이 겹쳤지만 우리가 (혹은 내가) ‘구속’의 개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범죄로 인한 형벌은 근원적으로 자신이 감내해야 할 일이지만 그와는 별개로 교도소 안에서 행하는 노동이란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의 대가와 어느 정도 형평성이 맞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하루에 8시간, 일주일에 52시간이 법정 노동시간 한도라고 알고 있다. 이것은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인가? 아침에 일어나면 새벽 4시30분쯤이다. 씻고 준비한 후 5시30분까지 취사장으로 출근하여 저녁 7시까지 일을 한다. 그러면서도 쉬는 날은 한 달에 잘하면 한두 번이고, 작업 중 실수나 배식 사고를 일으키게 되면 그마저도 사라진다. 이렇게 일을 하며 받는 돈이 많아야 월 15만원가량이다. 모르는 사람은 착각할 수도 있겠다. 한 달에 15만원이다. 운동을 나가면 여기에서 하루 500원씩 차감된다. 면회를 하게 되어도, 심지어 몸이 아파 의료과에 가게 되어도 각각 500원씩 차감된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건, 월급이 아닌 작업장려금이라면, 그야말로 장려금일 뿐이라면 그런 차감이 타당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급여의 개념이기에 빠진 시간 동안의 돈을 차감하는 것이 아닐까. 교화! 사람이 바뀌게 하는 일! 교도소에서의 작업이란 형벌보다는 교화에 있다고 생각한다.(내가 틀린 건가?) 그렇기에 작업을 통해 노동의 의미를 깨닫고, 땀 흘리는 것의 소중함을 알게 하여 재범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일환이 아니겠는가.

이런 취지를 고려하면 작업장려금과 그 규정들이 정당한 것인지 알고 싶어졌다. 부족한 법률 지식과 노동 지식으로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진정 문제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저 수형자들이기에 기본적인 인권이라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제정된 규칙과 법률들에 의해 정당성이 확보되었으므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법을 어기는 일이 될까?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는 것이 교화라는 취지에 부합되는 것이 아닌가? 아니면 아무런 관계도 없는 걸까? 땀의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야말로 교화는 물론 출소 뒤 자립 기반을 갖게 함으로써, 나락으로 떨어진 수형자들의 불투명한 미래가 조금이라도 달라지게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제대로 된 사회활동을 못하고 있는 수형자들에게 교도작업이란 사회생활의 전부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근로환경과 급여(작업장려금)는 계단을 오르듯 차근차근 단계를 밟는 데 아주 중요한 것일 테다. 또한 사회적 비용이라고 말하는 범죄로 인한 피해와 비용을 줄이는 길일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교도소 수형자란 아주 흉악한 사람들이기에 가까이하기엔 두려운 존재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수형자의 처우 문제를 외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네들도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평범한 보통사람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다.

특히나 교도소이기에 더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필요한 것이다. 교화와 연계된 노동은 수형자 못지않게 우리 사회에도 매우 필요한 일일 테니까.

신병철(가명) 수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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