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프렌드(friend)의 차이는 무엇일까? 친구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으로 프렌드의 사전적 정의와 그렇게 다르지 않지만,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친구와 프렌드는 차이가 꽤 크다. 우리나라에서 친구는 보통 동갑내기 사이에서만 쓰이고, 나이가 다른 프렌드는 아는 동생, 아는 언니·오빠(형·누나), 선후배 등 친구가 아닌 다른 호칭으로 쓰이는 것이 보통이다. 심지어 나이가 다른 사람에게 고백했다가 차이는 경우 친구조차 될 수 없다(그냥 좋은 오빠, 동생으로 남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한 살이라도 다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없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나이를 계급으로 치는 경향이 심한 것 같다.
우리나라의 나이 계급은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 한 해의 1월1일부터 12월31일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은 모두 같은 나이 계급을 갖고 태어난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 태어나는 사람들은 그 전해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한 단계 낮은 계급을 갖게 된다. 오죽하면 ‘빠른 연생’들이 나이를 늘리고 줄이며 ‘두 개 연생’들과 “친구”가 되면 다른 친구들이 “족보가 꼬인다”며 볼멘소리를 내겠는가. 겨우 1년 차이만을 가지고도 족보가 꼬인다며 민감해하는 것을 보면 이제 100세 시대라고 하니까, 우리나라는 나이만으로 100개의 계급이 있는 셈이다. 카스트 제도 부럽지 않다.
물론 나이 계급이 우리나라의 유일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나이 어린 과장이 나이 많은 대리와 상호 존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직급과 나이 계급의 상하가 엇갈리게 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서로 다른 계급 기준의 상하가 엇갈리게 되어 계급적 상하를 모호하게 만드는 긍정적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도 어쨌든 나이 계급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이 계급이 다른 계급과 엇갈리지 않을 때는 더욱 부정적으로 작용된다. 직급도 낮고 나이도 어린 사람이 나이 많은 상사에게 당하는 것을 생각해보라!
우리는 모두 평등한 인간이므로 나이 계급을 타파하기 위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그것은 나이 상관없이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단순히 말을 놓는 것을 넘어서, 호칭까지도 형·누나(언니·오빠)가 아닌 서로 이름을 불러주는 친구 말이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먼저 제안하기 힘들겠지만, 나보다 어린 사람부터라도 친구가 되어 보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나이 계급은 점점 느슨해질 것이다.
서인혁 중앙대학교 인권법학 설계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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