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수많은 논란에도 ‘신문법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정부의 ‘노동개혁’에 따르면 이제 기자도 파견직종이 되는데, 오로지 인터넷언론만 5인 이상의 상시고용 인력을 유지해야 언론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봉 2천만원이라는 최저에 가까운 기준치에 맞춰 봐도, 1년에 1억원이 필요하다. 취재비, 사무실 임대비용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두 배 가까운 돈이 필요할 것이다. 만에 하나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가중되는 재정 부담 때문에, 인터넷언론사의 목적이 오로지 수익창출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성역 없는 취재와 비판이 불가능하다. 이미 문제가 되어왔던 광고주들의 압박은 더욱 공공연해질 것이고, 다양한 고발성 보도들은 거래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런 조처의 어디에서 언론의 공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고려를 찾아볼 수 있단 말인가?
정부가 시행령의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이른바 ‘기레기’ 퇴출이다. 선정성 기사, 어뷰징, 유사언론행위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 말이 통하려면 5인 미만의 인터넷언론들이 이런 행위들을 적극적으로 해왔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관련기관에서 내놓은 자료들을 보면 이런 행위로 적발된 언론은 5인을 훨씬 넘어서는 대형 언론사들의 닷컴기업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일부 인터넷언론도 이런 행위를 하고 있다. 그러나 행위의 규모나 파급효과에 있어서의 차이는 현격하다. 같은 잘못을 했고, 그 효과는 훨씬 더 약했는데, 벌은 혼자서만 받는 꼴이다. 그것도 이미 언론중재위원회를 비롯한 규제 및 조정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이라는 행정조치 하나로 사실상의 폐간이라는 사형선고를 받게 된 것이다.
6천여개에 달하는 인터넷언론의 80%가 5인 미만으로 운영되고 있고, 이들의 대부분은 내년 11월 이후 언론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 일에 대한 사회의 반응은 미미하다. 광고주들의 입장에서는 ‘관리’할 언론의 수가 줄어드니 편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터다. 정부는 언론장악의 마지막 전장인 인터넷을 확보할 수 있다. 주류 언론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 사안을 한국 언론의 자유 전반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경쟁자의 불행쯤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잃게 될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2015년 한국장애인인권상 인권매체 부문 수상자는 인터넷언론인 <비마이너>였다. 비마이너는 창간 이래로 6년간 장애인 차별 철폐와 장애인 인권을 위한 투쟁의 현장에 함께해왔고,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비마이너>는 5명 미만으로 운영되는 매체이고, 상을 받자마자 1년의 시한부를 선고받았다. <미디어스>는 한국의 미디어 관련 전문매체로 맹활약하고 있다. 언론과 방송, 미디어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 기자들이 쉴 새 없이 발로 뛴다. 업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전문지임에도, 오로지 4명이기 때문에 퇴출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놀랍게도 신문법 시행령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위는 보수의 아성인 대구지역에서 가장 먼저 꾸려졌다. 그 중심에는 2004년부터 저널리즘에 대한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대구·경북지역에서 건강한 소수의 목소리를 알리려 애써온<평화뉴스>가 있다. 이밖에도 수많은 인터넷언론들이 주류 언론이 보지 못하거나, 깊게 다루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것들을 다루어왔다.
신문법 시행령은 감시의 대상인 국가가 자의적인 기준을 내세워 감시자들을 말살하려 든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은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 인터넷신문 등록규제 반대 대구경북언론시민단체대책위원회 등과 함께 ‘풀뿌리인터넷언론 지킴이 센터’를 설립하고, 신문법 개정안 대체입법 발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와 헌법소원 청구 등 가능한 모든 대응을 하고 있다. 인터넷언론은 민주주의를 위한 우리의 눈이고, 이제 그 눈을 지키기 위해서 국민의 또다른 눈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우리가 눈을 감기로 결심하는 바로 그곳에서 끝난다.
추혜선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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